[함기선]품격(品格)과 국격(國格)

  • 오피니언
  • 사외칼럼

[함기선]품격(品格)과 국격(國格)

[목요세평]함기선 한서대 총장

  • 승인 2011-06-22 14:33
  • 신문게재 2011-06-23 20면
  • 함기선 한서대 총장함기선 한서대 총장
▲ 함기선 한서대 총장
▲ 함기선 한서대 총장
흔히 사람된 바탕과 타고난 성품이나 인격(人格)을 품격(品格)이라 일컫는다. 한 사람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력 등에 관계없이 인간의 됨됨이, 자질, 도덕적 수준을 보고하는 말이다. 그래서 상스러운 말이나 표현을 자주 쓰거나 위선적인 행동을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을 가리켜 품격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한다.

국격(國格) 역시 국가의 품격을 나타내는 말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품격이나 인격과 함께 정치와 경제적 요소, 문화적 성숙도가 쌓여 평가되는 나라의 수준을 이르는 말로 쓰여 진다. 이러한 요소와 성숙도의 뿌리는 양질의 교육임은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최근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반값 등록금과 관련한 해법을 찾는 데에는 보다 신중하고 긴 안목으로 접근해야 하며 양질의 교육은 투자에 비례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옛소련 정권시절 서방인들 사이에 회자되었던 농담 중에 소련정부의 발표는 세 가지 지침유형이 있는데 시간을 알려주는 발표는 진실이고 일기예보는 진실에 가까운 발표이며 그 밖의 발표는 진실과 상관없는 것이라고 꼬집었었다. 그런가하면 또 다른 분단국가였던 동독과 서독이 상호 너그러움과 관용적인 품위로 문제를 슬기롭게 풀었다는 얘기도 있다. 양 진영이 베를린 장벽으로 갈려졌던 시절의 아름다운 일화다. 당시 공산진영이었던 동독총리 에리히 호네커의 조카딸이 서독청년과 사랑에 빠져 서독으로 망명한 사건이 있었다. 이 때 서독총리였던 빌리 브란트는 그녀를 설득하여 동독으로 돌려보낸 후 동독 총리 호네커와 연락하여 정식 여권으로 다시 서독에 오게 함으로써 망명이 아닌 사랑을 찾아 고국을 떠난 아름다운 로맨스로 처리했다는 실화다. 정치이념이 다른 두 국가 지도자간에 품격과 국격을 통해 이뤄낸 상징적인 일화인 동시에 언론의 협조적 자세가 돋보이는 이야기로 기록되고 있다.

우리나라 현실은 어떠한가. 얼마 전 남북간의 경색국면을 풀기 위한 실무자간 물밑교섭이 이뤄졌던 비밀접촉이 결렬되자 북측에서는 남측에 책임전가를 하면서 외교상 정도에 벗어나는 거친 말과 모습을 보여주어 국민들의 마음을 서글프게 한 일이 있다. 이 과정에서 심지어는 돈 봉투를 운운하는 참으로 보기 민망한 모습까지 보여주어 새삼 국격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필자는 과거 남북간 교류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 돈 봉투와 관련해서는 통상적 개념을 떠나 경비의 공동부담 같은 긍정적 측면으로 보고 싶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개인간에도 지켜져야 할 비밀은 지켜지는 것이 품격차원의 모습이라고 여겨진다. 얼마 전 대기업의 중견 임원이 회사를 그만둔 다음 회사의 치부를 고발함으로써 사회의 관심거리가 된 경우가 있었다. 한동안 이를 두고 '정의' 와 '품격'이란 차원과 맞물려 식자들 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혼란스러운 과제 해결에 있어서도 언론의 정론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우리는 독립신문 이래 백수십년간 언론이 사회의 목탁으로서 구 한말의 혼란기를 극복하고 일제의 강권정치에 저항하며 민족의 자주권확보에 노력해온 빛나는 전통을 갖고 있다. 마찬가지로 해방후 민족분단 극복을 위해 투쟁하고 4·19를 통한 민주주의 정신의 확립 등은 모두 언론이 앞장서 지켜온 빛나는 전통이다. 비록 군정을 겪으며 움츠렸던 시기가 있었지만 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당기고 21세기에 G20의 주역으로 등장하는데는 역시 국민의 여론을 모아 다양한 창의력으로 승화시킨 언론이며 올곧은 언론인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동인이었음을 새삼 깨닫고 있다.

정론은 올바르게 형성된 정심에서만 나올 수 있음은 하나의 진리다. 많은 사람들이 다각적이고 굴절된 시각을 갖고 접근 할 때 언론이 참신한 정도를 제시하는 것이야 말로 혼란을 극복시키는 언론 고유의 기능인 동시에 시대적 책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남북관계는 참으로 우리 민족이 풀어야할 난제중의 난제다. 이 같은 때일수록 올바른 양질의 교육을 바탕으로 지난날 동서독의 지도자들이나 참다운 언론이 그랬던 것처럼 개인의 품격과 국가의 국격을 시현하여 인내심을 갖고 차분히 접근해 가도록 언론의 정론적 촉매역할이 무겁게 요구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 `혁신적 역발상` 통했다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 '혁신적 역발상' 통했다

세종의 높은 상가공실 문제를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 문제 해결을 노린 혁신적 역발상의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가 실수요자들의 큰 관심 속에 막을 내렸다. 상가 소유주와 실수요자를 연결함으로써 상가공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종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동으로 20일부터 21일까지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이번 박람회에는 이틀간 1000여 명이 현장을 방문했고 프랜차이즈 부스에서는 6건의 실제 가맹계약이 성사됐다. 여기에 박람회 이후 10개 팀이 실제 상가 현장을 찾았으며 추가로 방문 예약..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