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기선 한서대 총장 |
국격(國格) 역시 국가의 품격을 나타내는 말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품격이나 인격과 함께 정치와 경제적 요소, 문화적 성숙도가 쌓여 평가되는 나라의 수준을 이르는 말로 쓰여 진다. 이러한 요소와 성숙도의 뿌리는 양질의 교육임은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최근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반값 등록금과 관련한 해법을 찾는 데에는 보다 신중하고 긴 안목으로 접근해야 하며 양질의 교육은 투자에 비례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옛소련 정권시절 서방인들 사이에 회자되었던 농담 중에 소련정부의 발표는 세 가지 지침유형이 있는데 시간을 알려주는 발표는 진실이고 일기예보는 진실에 가까운 발표이며 그 밖의 발표는 진실과 상관없는 것이라고 꼬집었었다. 그런가하면 또 다른 분단국가였던 동독과 서독이 상호 너그러움과 관용적인 품위로 문제를 슬기롭게 풀었다는 얘기도 있다. 양 진영이 베를린 장벽으로 갈려졌던 시절의 아름다운 일화다. 당시 공산진영이었던 동독총리 에리히 호네커의 조카딸이 서독청년과 사랑에 빠져 서독으로 망명한 사건이 있었다. 이 때 서독총리였던 빌리 브란트는 그녀를 설득하여 동독으로 돌려보낸 후 동독 총리 호네커와 연락하여 정식 여권으로 다시 서독에 오게 함으로써 망명이 아닌 사랑을 찾아 고국을 떠난 아름다운 로맨스로 처리했다는 실화다. 정치이념이 다른 두 국가 지도자간에 품격과 국격을 통해 이뤄낸 상징적인 일화인 동시에 언론의 협조적 자세가 돋보이는 이야기로 기록되고 있다.
우리나라 현실은 어떠한가. 얼마 전 남북간의 경색국면을 풀기 위한 실무자간 물밑교섭이 이뤄졌던 비밀접촉이 결렬되자 북측에서는 남측에 책임전가를 하면서 외교상 정도에 벗어나는 거친 말과 모습을 보여주어 국민들의 마음을 서글프게 한 일이 있다. 이 과정에서 심지어는 돈 봉투를 운운하는 참으로 보기 민망한 모습까지 보여주어 새삼 국격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필자는 과거 남북간 교류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 돈 봉투와 관련해서는 통상적 개념을 떠나 경비의 공동부담 같은 긍정적 측면으로 보고 싶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개인간에도 지켜져야 할 비밀은 지켜지는 것이 품격차원의 모습이라고 여겨진다. 얼마 전 대기업의 중견 임원이 회사를 그만둔 다음 회사의 치부를 고발함으로써 사회의 관심거리가 된 경우가 있었다. 한동안 이를 두고 '정의' 와 '품격'이란 차원과 맞물려 식자들 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혼란스러운 과제 해결에 있어서도 언론의 정론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우리는 독립신문 이래 백수십년간 언론이 사회의 목탁으로서 구 한말의 혼란기를 극복하고 일제의 강권정치에 저항하며 민족의 자주권확보에 노력해온 빛나는 전통을 갖고 있다. 마찬가지로 해방후 민족분단 극복을 위해 투쟁하고 4·19를 통한 민주주의 정신의 확립 등은 모두 언론이 앞장서 지켜온 빛나는 전통이다. 비록 군정을 겪으며 움츠렸던 시기가 있었지만 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당기고 21세기에 G20의 주역으로 등장하는데는 역시 국민의 여론을 모아 다양한 창의력으로 승화시킨 언론이며 올곧은 언론인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동인이었음을 새삼 깨닫고 있다.
정론은 올바르게 형성된 정심에서만 나올 수 있음은 하나의 진리다. 많은 사람들이 다각적이고 굴절된 시각을 갖고 접근 할 때 언론이 참신한 정도를 제시하는 것이야 말로 혼란을 극복시키는 언론 고유의 기능인 동시에 시대적 책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남북관계는 참으로 우리 민족이 풀어야할 난제중의 난제다. 이 같은 때일수록 올바른 양질의 교육을 바탕으로 지난날 동서독의 지도자들이나 참다운 언론이 그랬던 것처럼 개인의 품격과 국가의 국격을 시현하여 인내심을 갖고 차분히 접근해 가도록 언론의 정론적 촉매역할이 무겁게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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