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로부터 한의사 면허를 받고, 한의과대학을 졸업해 한의원을 운영하는 시스템을 갖춘지는 불과 50여년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의학은 수천년의 역사속에서 환자를 고치고 치료해온 역사를 지니고 있다.
환자들은 이런 한의학에 통달한 사람을 찾아 약도 지어먹고, 침도 맞으며 병을 진료했다.
유성에 있는 건일당 한의원 김성동 원장의 기억에도 할아버지나 외할아버지 댁에 걸려있던 한약재가 생생하게 아직 남아있다.
제법 많은 환자들이 찾아와 침도 맞고, 약도 달여먹었다.
그래서 그에게 한의학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자 체험으로 받아들여졌다.
70~80년전 할아버지가 전수해준 한의학서가 지금도 그의 진료실 한켠에 잘 간직돼있다.
비록 한의사 면허는 없었던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의 모습이었지만 어려서부터 보고 자라 이제는 동네사람들의 주치의 역할을 하고 있는 김성동 원장을 만나봤다.
▲ 김 원장은 환자와 소통하며 가슴으로 진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환자는 꼭 몸이 아파서 오는 환자라기 보다는 마음의 병으로 병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사진=김상구 기자 |
건일당 한의원을 찾는 환자들은 이렇게 입을 모은다.
그도 그럴것이 환자 한명이 진료실에 들어가면 한참이 지나 만면에 웃음을 띠고 진료실 문을 열고 나오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환자의 아픈곳을 치료하는 것은 물론 가정사, 부부문제, 자식문제까지 상담해주기 때문이다.
“의술은 정해져 있습니다. 마음을 다스려야 병을 이길 수 있어요.”
김 원장은 환자와 소통하며 가슴으로 진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환자는 꼭 몸이 아파서 오는 환자라기 보다는 마음의 병으로 병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다보면 환자 스스로가 병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진료 방식은 독특하다. “어디가 아프냐”가 아니라, “자식들은 어떠냐”는 등 손자의 안부와 집안 대소사를 묻는 것에서 진료를 시작한다.
그 덕에 단골손님들의 신상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꿰고 있다.
김성동 원장이 유성지역에 한의원을 개원한 것은 20여년전인 1991년.
당시 대전지역의 지도를 펼치고 한의원 자리를 선택할때 그는 한의원이 없는 곳을 찾았다.
통행 환자가 많고 노출도가 많은 곳에는 이미 한의원들이 진입해 있었고 시내 진입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그는 유성 시외버스 터미널 인근의 한적한 뒷골목을 선택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논밭과 집 몇채가 전부였지만 환자들을 성심껏 진료하면 어디든 성공할 수 있으리라 굳게 믿었다.
주변에선 “용기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의 확신을 막을 수는 없었다.
김 원장은 “정말 겁없이 뛰어들었던 것 같아요. 창업 비용의 90%이상을 빚으로 시작했는데,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라고 회고했다.
앞만보고 환자들을 성심성의껏 돌보고 연구에 매진하다보니 어느새 입소문이 나있었다.
물어물어 찾아오는 환자들이 늘었고, 밀려오는 환자를 감당할 수 없어 한의사를 4명까지 늘리기도 했다.
김 원장의 연구실에는 연구자료와 논문 내용들이 빽빽하게 붙어있다.
예후가 불투명하고 치료 개연성이 부족한 한의학에 대한 연구를 위한 것이다.
얼마나 치료하면 병이 치료될 것인지, 치료 방식이 매번 달라지는 것 등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통해 치료율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김 원장은 “고교생 10명이 걸어가다 비를 맞으면 3~4명은 감기에 걸리고 나머지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같은 상황에 노출돼도 사람에 따라 다르다”며 “이것을 8 체질로 분류해 사람마다 다른 치료를 해야한다”고 말한다.
환자들이 불안해하는 한약의 농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발효 한약도 연구했다.
발효 공법을 이용한 한약의 추출법이 유일하게 중금속의 독성 및 각종 유해물로부터 안전하다는 결론을 얻어 발효 한약을 환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발효 한약은 질 좋은 한약재를 통해 연구·개발된 발효균을 사용해 3일동안 발효시킨다.
이렇게 할 경우 면역 증강물질과 천연 항생물질 등 약효 성분이 많이 생기고 중금속의 독성 및 각종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하다.
발효 한약의 중금속 추출과 효과에 대해서는 성분 분석을 통해 입증했다.
김 원장은 1급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갖고 있다.
한의사를 하며 복지 사업을 하고 싶었던 그는 야간대학교를 다니며 사회복지학을 공부했다.
그의 꿈은 노인병원이다. 봉사하며, 한의학을 뜻대로 재연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이를 위해 지난해에는 한의원 소속의 요양센터도 개설해 재가 복지 환자에게 서비스를 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꿈이 많은 한의사다. 시골의 한적한 넓은 땅을 사서 한옥의 멋진 한의원과 텃밭, 토담집을 지어 전원 한의원도 만들고 싶다”며 “동네 주치의로 살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주민들과 친근하게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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