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용 대전성룡초등 교감 |
2007년 9월에 도입된 교장공모제는 기존 연공서열 중심의 승진제를 바꾸기 위한 획기적인 제도로 평가 받았다. 기획력과 추진력을 갖춘 참신한 학교장이, 자신의 교육철학과 학교특색을 살린 학교 경영을 통해, 학교를 개혁하고 해당 학교의 교육 공동체 구성원을 행복하게 만들어 보라는 취지였다. 우려도 있었지만, 환영의 목소리 또한 컸다.
그래서 그런지 교장 공모제는 항상 화젯거리다. 포털 사이트에 '교장 공모제'를 입력하면, 아고라를 비롯하여 블로그와 카페에 교장 공모제와 관련된 네티즌들의 다양한 의견을 엿볼 수 있다. 일부 지역의 교장 공모제는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못하여 기삿거리로 자주 거론되고 있다. 교장 공모제가 시행되고 몇 해가 흘렀으니, 어쩌면 이에 대한 공과(功過)를 따지는 것이 당연할는지도 모른다.
중도일보 2010년 10월 13일자에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국정감사 자료를 인용하여 교장 공모제에 대해 언급한 기사가 실렸다. 개별 학교의 요구와 특수성을 반영한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하기 위해 도입된 교장 공모제가 당초 취지와 달리 삐걱거린다고 했다. 단, 1명만 지원하여 '나 홀로 경쟁'을 한 학교가 여럿이라며 밀어주기·돌려막기·회전문 인사라는 표현을 써도 지나침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일부 시·도의회에서는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교장 공모 심사위원회 구성과 심사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학부모가 운영하는 카페 '이츠하크의 라이브에듀'에는, 교장 공모제가 유능한 인재들의 자율경쟁을 유도하는 좋은 제도라면서도, 시행 과정에서 누군가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글이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가 나와도 이것을 악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퇴색하기 마련이라고 했다.
이밖에 교육계 선·후배 눈치 보기로 지원율이 저조하다는 의견도 있다. 제출한 서류 중에 표절이 있다거나, 심사의 객관성과 투명성이 의심스럽다며 교장 공모제가 위기에 직면했다고도 한다. 반면에 비밀은 언젠가 밝혀지고, 관련자들도 자칫하면 크게 다칠 텐데, 요즘 같은 세상에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하겠느냐며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불식시키기 위해 교육행정기관도 심사위원 역량 강화 연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6개 시·도 교육청에서는 오는 9월 교장 공모제를 앞두고 해당 학교 운영위원이나 교원들을 대상으로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브랜드 있는 선생님'이란 블로그에는, 대전시교육청에서도 심사위원들의 전문성과 공정성 담보를 위해 공모학교 담당자 연수를 실시했다고 한다.
여하튼 공정하고 투명하게 교장 공모제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학연이나 지연이 작용해서도 안 된다.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눈치 없이 지원한다는 소리가 나와서는 더더욱 곤란하다. 폐쇄적인 분위기 속에서 교장 공모제에 소신껏 지원하기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처럼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교장 선생님은 좀 색다르시다. 지금까지의 교장 선생님들보다 친근하시고, 친절하시고, 잘 웃으신다.”
어린이기자가 청와대에서 발간하는 어린이신문 '푸른누리' 56호에 공모제릍 통해 오신 교장 선생님에 대해 쓴 글이다.
이 글을 읽고, 다른 학교 어린이가 쓴 댓글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교장 선생님도 교장 공모제로 오셨어요. 1학년들은 교장 선생님만 보면 달려가 안겨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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