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보리와 밀타작 - 겨레의 삶을 지탱해준 곡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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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찬]보리와 밀타작 - 겨레의 삶을 지탱해준 곡물

  • 승인 2011-06-21 14:18
  • 신문게재 2011-06-22 21면
  • 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요즈음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해 보리와 밀수확에 관한 사진과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유행하던 말이 '보릿고개'였다. 긴 겨울을 보내느라고 가을에 수확한 쌀을 다 먹고 나서 보리나 밀이 나오는 봄에서 초여름까지 먹을 곡식이 모자라서 붙인 말이다. 이렇듯 쌀과 보리는 우리 겨레의 삶을 지탱해준 매우 중요한 곡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서구생활양식의 영향으로 식생활도 많이 바뀌어서 보릿고개를 넘기는데 주요 곡물이었던 보리가 이제는 호사가들이 즐기는 곡물이 되었고, 주변에서 사라져 가는 듯 했으나 이제는 건강에 좋은 곡물로 재인식되고 있어 각종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있다. 어떤 특수한 보리는 사료용으로 개발되어 질 좋은 고기를 생산하는데 쓰이기도 한다.

보리와 밀은 밭곡식이지만 논에다가도 심는데 이모작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곡물이다. 초여름쯤에 보리와 밀을 수확하고 나면 밭에는 콩을 심고 논에는 늦은 모내기를 한다. 이를 일컬어 늦모라고도 한다. 초여름 한참 더위가 시작되려고 할 때 하는 보리와 밀 수확은 보리와 밀알 만큼이나 농부들의 구슬땀의 결정체이다. 밀은 그런대로 수확하여 타작을 할만하지만 보리는 밀과 달리 까실까실한 꺼끄러기들이 많아서 다루기가 힘들다. 무더위 초여름 땀에 절은 몸에 보리 꺼끄러기가 하나라도 들기라도 하면 온몸이 따끔따끔하여 그것만큼 난감한 일도 없다. 또한 큰 비가 오기전에 빨리 수확을 하고 콩이나 늦모 등을 심어 이모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촌각을 다투게 되어 밤이 새는 줄도 모르고 갈무리를 하게 된다. 지금은 기계가 있어 현장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보리베기와 같은 어려움이나 그속에 담긴 낭만도 찾아보기 힘들다. 보리나 밀을 베면서 개구리 뒷다리를 보릿짚에 구워먹던 일, 보리나 밀짚으로 호드기도 만들어 삐리리리~ 불며 흥겨워 했던일, 여치집을 만들던 일 등은 이제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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