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대전시장은 지난 15일 내년 국비확보를 위해 상경,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과학벨트 조성에 투입되는 총 5조 1800억 원 중 예산절감을 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며 “과학벨트 거점지구에 들어서는 기초과학연구원 본원을 KAIST 문지캠퍼스에 입주시키면 부지매입비 상당 부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는 시가 신동지구만으로도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이 충분히 입주할 수 있다고 판단, 둔곡지구는 외국인 투자기업 대체 부지와 부족한 산업단지로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지역정치권과 과학계는 염 시장이 교과부에 제시한 예산절감 방안은 과학벨트위원회에서 거점지구로 확정한 내용을 부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신중했어야 한다는 반응이다. 특히 과학벨트가 국책사업인 만큼 부지매입비 확보 문제는 정부의 몫이지 지자체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유성)은 20일 연구개발특구본부 기자실을 찾아 “대전시가 내놓은 KAIST 문지캠퍼스에 기초과학연구원 본원을 설치하겠다는 방안은 과학벨트 선정을 반납하겠다는 것”이라며 “부지매입비 절감 차원을 떠나 심사결과를 무시하겠다는 것으로 다른 지자체나 정치권에서 그냥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 또 “과학벨트의 핵심시설은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이지만 연구기반 여건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과학벨트의 구상이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서 나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과학계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문희 과학벨트 입지선정위원은 “과학벨트 거점지구인 신동ㆍ둔곡지구 이외 지역에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 가속기가 설치되는 것은 심사결과를 어기는 것과 같다”며 “대전시가 과학벨트 심사결과에 따라 추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과부도 시의 제안 내용이 의아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대전시는 과학벨트 예산절감 차원에서 제안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양승찬 시 과학기술특화산업추진본부장은 “과학벨트 부지매입 예산이 없기 때문에 기초과학연구원 본원을 문지캠퍼스로 쓰는 것을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신동지구가 외국인 투자기업이 입주하는 것으로 돼 있으나 과학벨트 부지로 사용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외투기업 대체 부지로 대동·금탄지구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태구·배문숙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