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사법제도개혁특위 전체회의에서 검찰이 경찰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보유하되 경찰도 자체적인 수사개시권을 갖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합의안이 통과됐다.[뉴시스/중도일보 제휴사] |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인정하고 경찰에 수사 개시권을 주는 검경 수사권 합의안이 20일 도출되자 지역 경찰은 크게 격앙했다.
수사 개시권의 유명무실함을 꼬집는 것과 동시에 현재의 검찰 수사권 독점에 오히려 기름을 부은 합의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충남청의 한 경정급 간부는 처음으로 법률에 명시된(형법 개정안 196조 2항) 수사 개시권 명문화와 관련해 독설을 내뱉었다. 그는 “강도사건이 발생하면 현재 경찰이 가장 먼저 뛰어나가지 않느냐?”라며 “어차피 해오던 일을 법에 명문화 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지금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대전청 모 경정은 “(합의안에는) 경찰이 수사할 수 있다가 아니라 수사를 개시해야 한다고 했다”며 “이는 수사 개시 후 언제든지 검찰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앞으로 검찰의 수사권 독점을 오히려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도 쏟아냈다.
익명을 요구한 충남청 한 간부는 “개정안 196조 1항을 보면 경찰은 모든 수사에 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고 나와 있는 데 '모든'이라는 단어는 법률 용어로 매우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대전청 일선서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종전 형법에 나와 있는 검찰의 수사지휘권 내용을 더욱 구체화하고 강화해 개정안에 담은 것에 불과하다”며 “하나 마나 한 합의이며 차라리 개정 안 하는 게 낫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기간 진행돼 온 사법개혁특위 활동의 본래 취지도 퇴색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충남청 모 경사는 “사개특위 활동의 목적이 수사구조의 견제와 균형이며 종국에는 국민편익을 증진시키는 것 아니었느냐?”며 반문한 뒤 “논의 과정에서 국민 의견이 아예 배제된 것은 아쉬운 점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경찰관은 “검찰에 수사권이 독점된 나라는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다”며 “우리나라에서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수사권 합의에 대해 일선에서 반발이 높아지자 경찰 지휘부는 황급히 진화에 나섰다.
경찰청은 '검경 수사업무관련 합의안에 대한 경찰입장'이라는 성명서에서 “경찰이 하는 수사 현실을 충실히 반영했다고는 볼 수 없으나 더는 국가기관 간 갈등으로 국민께 염려를 끼쳐드려서는 안된다는 견지에서 수용키로했고 존중한다”고 밝혔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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