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상)예타 신청 미뤄야 하나
(중)주민갈등 슬기롭게 풀자
(하)균형발전 정책으로 이어져야
대전시가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위해 5년만에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관문 통과'에 재도전하고 있다. 대규모 도시개발에 따른 효율적인 교통시스템 구축과 고급 대중교통 수요 충족을 위해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의 필요성은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시가 지난 3일 시민공청회에서 도시철도 2호선 건설계획을 공개하자 제외된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본보는 합리적인 추진방안 모색을 위해 대전 도시철도 2호선의 예타 신청 시기와 주민갈등 해법, 균형발전 정책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예타 신청 연기론=대전시는 지난 3일 '도시철도 기본계획 변경안 시민공청회'를 열고 도시철도 2호선과 충청권철도에 대한 추진계획을 공개했다. 도시철도 2호선의 차량시스템은 중(中)전철에서 자기부상열차로, 노선은 X축에서 순환형(진잠~중리네거리~진잠 36km)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확정 발표했다. 사업 추진계획에선 우선 1단계로 진잠~정부청사~유성네거리 28.6㎞ 구간을 추진하고, 나머지 유성네거리~진잠7.4㎞ 구간은 2단계로 향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도시철도 2호선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달 말 국토해양부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8월 기획재정부의 예타조사 대상사업에 선정되면 6개월간의 예타조사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대덕구와 유성구 등 일부 주민들은 시가 도시철도 2호선을 추진하면서 충분한 설명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정용기 대덕구청장은 노선과 기종 선택의 공론화 과정이 부족하다며 예타신청 연기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시는 각 자치구 주민들의 노선 연장 요구에 대해 '예타 통과 기준에 부합하는 노선을 수용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경제성 확인을 위한 '간이 예타'까지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번엔 지역정치권에서 '간이 예타' 신뢰성 문제를 들고 나왔다.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대덕구)은 자신이 제안한 노선에 대한 '간이 예타'를 조사기간을 늘려 제3기관에 의뢰해 공정하게 진행하자며 시의 추진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시에서 추진하는 '간이 예타'는 조사기간이 너무 짧아 형식적으로 끝날 수 있다는 것. 김창수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예타신청 시기를 12월까지 미뤄야 한다.
같은 당 이상민 의원(유성)도 과학벨트 거점지구 확정에 따른 교통수요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노선 전면 재조정'을 촉구하며 예타신청 연기론에 힘을 실었다.
전문가 생각은=현재까지 대전시의 이달말 도시철도 2호선 예타신청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 시는 도시철도 2호선 추진에 있어 2년이 넘는 기간에 충분한 연구와 검토가 있었다며 예타신청 연기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임철순 시 도시철도기획단장은 “이번에 도시철도 2호선 예타신청을 못하면 계속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며 “12월로 미뤄질 경우 내년 선거와 맞물려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대전시 교통정책 발전을 위해 다시는 미룰 수 없다”고 밝혔다.
중앙정부에서 건설비용을 지원하지만 향후 운영은 지자체의 책임인 만큼 시민, 시민단체, 정치권 등 지자체 내부 구성원 간의 합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장영수 국토부 광역도시철도과장은 “도시철도는 건설비용을 국가에서 60% 지원하지만 운영은 지자체가 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지자체 내부적으로 잘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시철도 2호선의 예타 통과보다 제 기능과 역할에 목표로 삼아 시간을 갖고 충분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재영 대전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교통계획분야)은 “유럽의 암스테르담 같은 경우 15년째 도시철도 도입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며 “2006년 대전시가 예타에서 떨어지긴 했지만 합리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또 “6개월 미루고 1년이 걸리더라도 100년짜리 계획이라면 충분한 가치가 있다”면서 “예타 통과에 목적을 잡는 것보다는 제대로 건설이 되고 제기능과 역할을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태구 기자 hebala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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