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경]너무 남용되고 오용되는 '사랑'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용경]너무 남용되고 오용되는 '사랑'

[시사에세이]김용경 건양대 글로벌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11-06-20 14:21
  • 신문게재 2011-06-21 20면
  • 김용경 건양대 글로벌경영학부 교수김용경 건양대 글로벌경영학부 교수
▲ 김용경 건양대 글로벌경영학부 교수
▲ 김용경 건양대 글로벌경영학부 교수
우리는 일상생활 중에 또는 각종 매스컴이나 인터넷을 통해 하루에도 수없이 사랑이라는 용어를 접하게 된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말이나 글만으로는 부족함이 있는지, 사랑을 의미하는 하트(♥) 모양을 손가락이나 팔 또는 온몸으로 표현하는 일까지 넘쳐나게 보면서 살고 있다.

'사랑하다'는 원래 '사람을 생각한다'는 뜻이었다고 하며, 사랑의 어원은 생각 사(思)에 헤아릴 량(量)을 쓴 한자어 사량(思量)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사랑을 표현하는 하트는 심장으로 이해될 수 있는데, 그 기원을 찾아보면 인간의 마음과 영혼을 의미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각종 우리말 사전에는 사랑에 대하여, '중히 여기어 정성과 힘을 다하는 마음', '아끼고 위하여 한없이 베푸는 일 또는 마음', '남녀 간에 정을 들여 애틋이 그리는 일', '어떤 사물을 몹시 소중히 여김 또는 그 마음' 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들 사전의 사랑에 대한 표기에서 보듯 그 의미에는 하나같이 '중히', '다하는', '한없이', '애틋한', '소중히' 등의 강조 형 단어(형용사나 부사)가 포함되어 있다.

이와 같이 사랑에 대한 어원이나 사랑을 표현하는 하트의 의미 그리고 현재 사용되고 있는 사전적 의미 등을 종합해 볼 때, 사랑이란 그저 평범한 감정이나 일상적으로 좋아하는 마음이 아니라, 심장만큼이나 소중하게 사람이나 어떤 대상을 생각하고 베풀며 아끼는 마음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따라서 사랑한다는 말은 아무 때나 누구에게나 함부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용어가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시도 때도 없이 사랑이라는 용어를 너무 쉽게 사용하며 남발하는 것을 자주 듣고 보게 된다. 백화점에 들어갈 때도 “사랑합니다! 고객님!”, 각종 안내전화의 응답에서도 “사랑합니다!”, TV나 라디오의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물론, 심지어 선거철 출마자들한테서도 우리는 곧잘 사랑한다는 소리를 듣고 산다. 특히 젊은 남녀들 사이에는 조금만 좋아하는 감정이 생기면 스스럼없이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며 자랑하듯 소개를 한다.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 기분 나빠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잠시 후 그들의 사랑한다는 인사말을 곰곰이 되새겨보면 저절로 실소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과연 그들이 사랑이라는 의미를 제대로 알고 사용하는 것인지, 아니면 습관적으로 듣기나 좋으라고 입술로만 서비스를 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백화점에 들어오는 손님들에게는 “반갑습니다! 고객님!”, 콜 센터에 문의를 해오는 고객에는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하는 것으로도 충분하고 훌륭하다. 남녀 간에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있다면 그냥 '우리는 좋아하는 사이'라고 말해도 결코 부끄러운 표현이 아니다. 그리고 훗날 진정으로 책임과 희생이 각오되었을 때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소개를 해도 늦지 않다. 굳이 책임지지도 못할 사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까지 성급하게 서로의 사이를 미화시켜 자랑할 필요는 없다.

'소말리아 아이의 동생 사랑'이라는 글에는, 전쟁으로 굶어 죽어가는 동생을 살리기 위해, 기자가 준 사과를 잘게 씹어서 동생 입에 넣어주고 그 형은 결국 굶어 죽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형제간 사랑의 극치를 보여주는 내용이다. 또한 누구나 다 잘 아는 우리나라의 춘향전과 서양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남녀 간 사랑의 의미를 모범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이야기들이다. 이들 모두 공통적으로 사랑하는 상대방을 중히 여겨 희생과 책임을 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것이 진정한 사랑의 모습이다.

성경에도 믿음과 소망과 사랑 중에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 쓰여 있다. 믿음보다 그리고 소망보다도 더 귀하고 소중한 것이 사랑이거늘… 사랑에 대한 의미를 좀 더 깊이 생각하고 신중하게 사용해야 하겠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 `혁신적 역발상` 통했다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 '혁신적 역발상' 통했다

세종의 높은 상가공실 문제를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 문제 해결을 노린 혁신적 역발상의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가 실수요자들의 큰 관심 속에 막을 내렸다. 상가 소유주와 실수요자를 연결함으로써 상가공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종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동으로 20일부터 21일까지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이번 박람회에는 이틀간 1000여 명이 현장을 방문했고 프랜차이즈 부스에서는 6건의 실제 가맹계약이 성사됐다. 여기에 박람회 이후 10개 팀이 실제 상가 현장을 찾았으며 추가로 방문 예약..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