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옥란 편집팀 차장 |
지난 2009년 우리나라 자살 사망자는 1만5413명으로, 34분에 1명꼴로 스스로 생명을 끊었다. 이는 전체 사망원인의 6.2%로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에 이어 4위에 달하는 높은 수치다. 여기에 자살을 시도했으나 사망하지 않은 미수자 수까지 합친다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자살로 내몰고 있는지 계산하기조차 힘들 정도다.
사람들은 흔히 사업실패, 입시실패, 실연 등의 여러 가지 스트레스와 심리적인 충격에 대처하기 어려울 때 충동적으로 극단적인 결정을 할 소지가 크다. 요즘처럼 무한경쟁 시대에 한번이라도 실패를 경험한 사람을 '낙오'의 벼랑에 서게 하는 사회적인 구조도 자살률을 높이는 한 원인이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30개국 중 25위로 최하위권에 처져 있는 것을 보면 새삼 얼마나 '불행한 국민'인지 돌이켜보게 된다.
흔히들 우울증은 나약해서 생긴다거나 의지력만 있으면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우울증은 치료가 필요한 '병'이다. 전문 병원에서 꾸준히 잘만 치료받으면 충분히 호전될 수 있는…. 그러나 정신질환을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사회분위기로 인해 치료받지 못한 수많은 우울증 환자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수년 동안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연평균 자살률 1위의 '자살왕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계속 늘어가는 자살로 인해 정부도 2009년부터 자살예방종합대책 5개년을 추진하고 있지만 2년 반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추진 실적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관련 예산이 2009년 5억원에 불과해 어렵게 세운 정책들을 추진할 돈이 없기 때문이다. “저승 가는 노잣돈이 1인당 3만원뿐”이라는 탄식이 절로 난다. 올해는 그나마 14억3000만원으로 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턱없이 부족하다. 최소한 사망원인 순위에 걸맞는 예산을 투입해 적극적인 예방활동에 나서야하지 않겠는가.
더 이상 자살 문제는 한 개인이나 가족간의 문제가 아니다. 원인에서 정책효과까지 국가차원의 체계적인 예방대책과 더불어 건강한 사회환경 조성, 정신질환에 대한 의식 개선과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 '보다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해서 국가와 국민의 살아있는 관심이 절실한 때다.
/현옥란·편집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