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무역 등 수출과 관련된 기업체들이 환율에 따라 울고 웃는다고 하지만 의료계도 해당 분야에서 예외가 아니다. 지난 2007년부터 엔저(円低) 현상이 지속되면서 엔화 대출 금리가 2%대에 불과했다. 이에 지역의 중소 병·의원 의사들은 국내에 비해 턱없이 낮은 이율 때문에 엔화 대출 붐이 일었다.
지역의 일부 중소병원들도 엔화 대출을 받아 고가의 의료장비를 구입하는 등 병원 시설 투자에 나섰다.
엔화는 오를만큼 올랐다는 판단으로 의사들의 대출은 이어졌지만 최근 지진, 쓰나미 등의 악재로 엔고 현상이 이어지면서 과거 2007년 100엔에 700원대에 불과하던것이 현재는 1350원대로 2배 가까이 올랐다.
문제는 이자만 오른 게 아니라 대출 상환이 엔화로 이뤄져야 하는만큼 갚아야할 원금 자체가 올랐다는 점.
지역의 A 의원도 2007년 당시 엔화 대출을 받았다가 상환 시기가 돌아오면서 늘어난 원금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역 중소의원 관계자는 “엔화 대출 때문에 병원 운영 자체가 어려움을 겪은 의사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형병원들이 아닌 재정이 열악한 개인 의원이나 중소 병원들이어서 타격이 더욱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달러 환율에 따라 의료장비를 구입하는 종합병원들의 희비도 엇갈린다.
지역병원들은 최근 PET-CT등 고가의 암치료 장비를 속속 구입했다. 지난해 선병원에 이어, 을지대병원, 성모병원, 충남대병원까지 수입품인 최첨단 암진단 장비를 구입했다.
이 치료 장비들은 180만~200만 달러까지 고가의 장비로 달러 입찰을 보기 때문에 장비 대금을 달러로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른 환율 때문에 경비 지급 시기를 놓고 병원들이 첨예한 눈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장비 도입 후 15일 이내에 결제를 해야하고 가장 환율이 저렴한 시기에 맞추느냐에 따라 최고 1억원까지 금액에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충남대병원은 최근 PET-CT를 도입해 20일까지 대금을 지급해야하지만, 지급일을 놓고 눈치 작전을 펼치고 있다. 환율 1원 차이에 따라 200만원의 차이가 있다.
충남대병원 관계자는 “15일 이내에 가장 환율이 싼 시점을 점쳐야 하는만큼 국제 정세와 환율 변화 추이에 민감해야 한다”며 “같은 장비를 구입하고 달러 지급이다보니 환율에 따라 엄청난 금액이 오르내린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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