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중겸 전 충남지방경찰청장 |
어느새 돌아갈 시간. 잘 있으라며 쓰다듬는다. 차에 올라 떠난다. 검둥이는 계속 따라온다. 속력을 내면 그 녀석도 속력을 낸다. 더 빨리 달린다. 그만 주저앉는다. 멍 하니 바라본다. 언제 또 가보게 되나. 그때까지 그들이 살아있을까. 그곳에 가서 남은 인생 살게 될까. 원자력발전소가 손상되고 고장 나자 삶은 중단됐다. 다른 곳에서 다른 삶을 모색하게 됐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얘기다. 기술대국에서 이런 일 발생. 하기야 미국도 소련도 사고 났었다. 편리와 효율 추구의 반작용이다. 파괴와 멸망을 담보로 한 인간의 지능이다. 인간이 만들었으니 인간이 제어하지 못할 리 없다는 오만. 그러나 맥없이 무너진다. 죽음을 가져오는 발명은 사용을 피해야 하지 않을까. 원자력이 그렇다. 자동차는 어떤가. 몰고 나서면 한두 번은 정체에 시달린다. 가다서다 하면 지갑손실이 늘어난다. 대기오염이 증가한다. 그래도 내 차 없으면 살기 힘든 세상이다. 편해서 그렇다. 체면도 달려서다.
도로의 정체는 언제부터 일어났는가. 로마제국의 로마다. 당시는 마차교통시대. 귀족과 부자가 아들딸에게 선물한 대형 호화 마차가 도로소통을 방해했다. 하루 종일 막혔다. 시저가 대책을 내놓았다. 주간 통행금지. 야간에만 다니게 했다. 그러자 심각한 문제 발생. 마차소음으로 잠자기가 힘들어졌다. 그래도 강행. 암살당한 원인의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물의 도시 베니스도 한때 고생했다. 이 역시 있는 자들이 원인을 제공. 보다 더 크고 보다 더 치장한 곤돌라를 자식들에게 선사했다. 클수록 빨랐다. 크기경쟁, 속도경쟁이 불통을 야기했다. 좁은 수로. 교차하려다 충돌. 한 번 막히면 하루가 흘러갔다. 시 당국은 수수방관. 명문거족 소유의 배가 원흉. 손대지 못했다. 여론이 비등하기를 기다렸다. 상인과 서민의 원성이 자자해졌다. 이를 계기로 규격을 통일. 엇비슷한 속력을 내개 만들었다. 그리고는 일제검사 실시. 기준 미달이나 초과는 폐선 시켰다. 차량검사제도의 원조다. 교통정체 예방법은 있다. 고속도로라면 차간거리 40m 유지. 제한속도에 따라 다르지만 시내도로라면 20m 정도. 이렇게 달리면 멈춤 없이 술술 간다. 잘 풀린다. 전문가의 연구결과다.
누가 이를 지킬까. 나조차 장담 못한다. 설령 그렇게 한다 해도 단 1분을 견디지 못 할 게다. 뒤차가 빵빵 거린다. 헤드라이트 켜 대며 위협한다. 앞으로는 연신 끼어든다.
그래서 그 전문가 양반 한다는 말. 의식이 개혁돼야 한단다. 빨리 가는 인생에서 느리게 가는 생활로의 대전환이란다. 속도전에서 밀리면 패배자 되는 세상. 참 좋은 어드바이스다. 되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선 모두가 속도 10% 감속운동에 동참한다. 그러다가 대중교통 이용으로 전환한다. 전기 10% 절감운동에 함께 나선다. 원자력발전소 문 닫기도 가능해진다.
기술과 발명이라는 문명에 너무 의지해 살아 왔다. 그 밑을 바치는 문화는 많이 외면해 왔다. 대학 등록금도 그렇다. 대학은 사람 키우는 곳이다. 인류문화의 중요한 꽃이자 열매다. 그런 정신이 살아 있어야 할 지대. 문화의 버팀목이자 개발역인 상아탑. 그렇게 비싸서야 칭찬 듣겠는가. 로마의 마차와 베니스의 곤돌라처럼 부자의 전유물이었어야 하는가. 가난해서 대학 못 가고 다니다 마는 세상. 나쁜 세상이다. 4대 보험 미가입자가 몇 명인 줄 아냐고 물었다. 382만명이나 된다. 돈 낼 형편이 안 되기 때문이다. 묻는 국회의원은 대책도 제시했다.
장관은 가난한 사람 도울 돈 없단다. 아무리 기술이 좋고 편리하면 뭐 하나. 가난과 소외와 차별이 존재하는 사회. 반문명사회다. 함께 손잡고 살아가는 문화가 도래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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