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혁주 부여군농민회 정책실장 |
하고 나면 별 일도 아니었는데 왜 그리 빡빡하게 살았나, 왜 그리 허둥거리며 살았나, 이제 무엇이 남았나 생각하면서 또 다른 계절을 맞는다. 그러나 여유를 누려보는 호사도 잠깐, 6월 임시국회에 한-미FTA 비준동의안이 제출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다시 마음이 심란해진다.
한-미 FTA에 대하여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겠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한-미 FTA가 농업을 비롯한 사회경제 전반에 쓰나미 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줄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한-미 FTA는 신자유주의적 경제 질서 강화와 함께 의약품 특허 등을 더욱 강화하여 우리나라의 복지정책을 약화시키게 된다.
대표적인 협상 내용은 농산물의 관세철폐 및 금융서비스의 모든 규제철폐와 함께 규제강화의 가능성을 없애고, 지적재산권을 대폭 강화하면서 투자자 정부 제소의 내용까지 강력한 자본 친화적인 조항으로 바꾸는 등의 내용으로 되어 있다.
또한 한-미 FTA가 가지고 있는 수 많은 문제점들 뿐만 아니라 농민, 노동자 등 서민들의 피해가 불 보듯 뻔함에도 불구하고 일방적 힘으로 밀어붙이는 정부와 국회의 모습이 반복 될 듯 하여 더욱 두렵다. 한-미 FTA는 그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절대선(善)이 아니다.
젊은이를 모두 떠나게 만들고 남은 이들은 농가부채에 허덕이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 무엇인가? 그것은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이 제값을 받지 못하고 땀의 대가는 커녕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농민은 농산물을 팔아서 생계를 이어가니 농산물 가격은 농민들의 임금이고 최저생계비다. 농민들의 소원은 농민들이 농사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정직한 땅에서 정직한 땀의 대가를 받는 것이 소원이다.
그러면 농촌의 희망을 이야기하려면 우선 어떤 것들이 선행되어야 할까?
농산물 가격 걱정 없이 농사짓는 나라, 국민의 기초 식량에 대해서는 국가가 책임지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배추 한 통에 어느 날은 15000원 하다가 어느 날은 500원 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 몇 달 사이에 가격이 30배나 오르내리고 있다.
쌀 수확량이 30%가 줄어도 수매가가 떨어지고 20년 전과 똑같은 쌀값을 한탄하는 농민들 앞에 최근 쌀값이 몇천원 오르자 구곡을 헐값에 방출해 쌀값을 다시 잡는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다.
국민의 기초식량에 대해서는 상한제와 하한제를 둬서 소비자도 걱정 없고 생산자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농산물 가격이 기준 가격보다 오르면 정부가 개입해서 싼 가격에 공급하고 반대로 기준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수매하든지 직불금을 올리든지 방법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WTO가 문제라면 WTO와 무관한 지자체로 자금을 이관해서 합법적으로 내릴 수도 있다. 정부가 예산을 절감하려면 농협을 통해 계약재배를 늘리고 수요와 공급 조절에 적극 개입하면 된다.
농업을 회생시키고 농촌을 살리는 길은 아직도 수없이 많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과연 누구편에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가다. 한반도에 닥칠 쓰나미 한-미 FTA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만들기 위해 모두가 힘써야 할 때다. 그래야만 농촌에 희망이 있고 농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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