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주영 기업유통팀장 |
경영학의 대가인 피터 드러커는 소통의 부족과 왜곡이 많은 문제와 갈등을 야기한다고 지적했고,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폴렛 데일은 소통을 하는 것도 외국어 회화나 피아노처럼, 배워야 하는 또 하나의 기술이라고 했다.
'소통(少通)'이나 '불통'을 소통(疏通)으로 이해하는 지도자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생색내기식이나 형식적인, 그리고 본인만의 일방적 견해를 전하는 지시 사항 전달을 소통으로 아는 사람들도 꽤나 많은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구성원들과 잘 소통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어려움 때문인지 손자병법에 견주어 요즘에는 '신(新) 소통병법'이라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다.
위정자(爲政者)가 나무 옮기기로 백성을 믿게 한다는 뜻으로 자주 인용되는 이목지신(移木之信)의 어원을 들여다 보면 신용(信用)과 신뢰라는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 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소통의 기반이 바로 신뢰고, 신뢰가 전제되지 않은 대화는 오해와 불만을 야기하기 쉽기 때문이다. 한비자(韓非子)의 세난편(說難篇)은 세난의 진짜 이유는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 자신의 의견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예를들면 명예를 중히 여기는 상대에게 실리를 말하면 속물이라 멀리하게 될 것이고, 실리를 중히 여기는 상대에게 명예를 말하면 세상 물정에 어둡다고 배척 당할 것이다.
한 경제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직원과 경영자의 소통이 잘 안되는 이유를 설문조사하니 40% 가까이가 직원과 경영자간 가치관 및 비전 차이라고 답했다. 16%는 정보왜곡의 관행, 또 다른 16%는 관료주의·상명하복의 위계문화라고 했다. 이 조사에서도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기가 얼마나 어렵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소통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똑같은 일도 상황의 변화에 따라 달리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라 했다. 세난편에는 여도지죄(餘桃之罪)라는 말도 있다. 먹다 남은 복숭아를 먹인 죄란 뜻이다. 전국 시대, 위(衛)나라 영공(靈公)의 총애를 받는 미자하(彌子瑕)란 미동(美童)이 있었다. 어느 날 어머니가 병이 났다는 전갈을 받은 미자하는 급한 나머지 임금 허락도 없이 임금의 수레를 타고 집으로 달려갔다. 뒤늦게 이 사실을 전해 들은 영공은 '효성이 지극하도다. 월형까지 받는줄 알고도…'라며 국법을 어긴 미자하를 오히려 칭찬했다.
또 한 번은 미자하가 왕과 과수원을 노닐다가 왕이 안보는 틈에 탐스러운 복숭아 하나를 따서 한 입 먹는데 그만 왕에게 들켰다. 아주 무엄한 불경죄를 범한 것이다.하는 수 없이 왕께 한 입 베어먹은 복숭아를 바쳤다. 왕은 다 먹지 않고 준 것에 대해 칭찬했다.
그러나 흐르는 세월은 미자하의 미모를 그대로 두지 않았다. 미자하가 사소한 잘못을 저지르자 지난날 수레와 복숭아 사건을 빌미로 엄벌을 내렸다. 상황에 따라 소통은 다르게 받아들여진다는 점을 말해주는 고사성어다.
한비자는 상대가 자랑스러워하면 두둔해주고, 부끄러워하면 모른척 해주라는 말로 소통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방법도 제시해줬다.
유연한 소통을 강조한 것이나 실천은 쉽지 않아 보인다. 소통의 목적이 모두의 행복과 발전을 위한 것이어야만, 진정한 의미의 소통이된다는 게 교과서적 해석이다.트위터의 달인이자 소통의 대명사로 떠오르고 있는 소설가 이외수는 소통을 다음과 같이 풀어썼다.
'소통의 최대 장애물은 상명하달식 소통이다. 소통의 완성은 오고 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통해 아름다운 변화가 생겨야 하며,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변화시키는 것에 있다. 감성을 바탕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양방향 소통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이자 방법론이다.'
소통의 밑바탕에는 신뢰와 '공동 행복'이 자리잡고 있음을 느끼면서 주말을 맞아 각 가정에서부터 소통을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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