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수업제가 전면 시행되면 가뜩이나 형편이 어려운 가정이나 학생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 뻔한 실정이어서 학습과 관련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우려가 크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또 주5일 수업제 시행을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시·도 교육감에게 승인권한을 준 만큼 서두른 시행에 따른 부작용과 책임을 교육감과 학교로 떠넘긴 셈이 됐기 때문이다.
15일 지역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정부가 '주5일 수업제 전면 자율 도입 계획'을 발표했지만 반기는 측면보다 우려감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교육단체 간에도 의견이 나뉘고 있으며 지역, 학교 간에도 실정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적으로 주5일 수업제 승인을 교육감이 최종적으로 결정함에 따라 부작용에 대한 책임은 교육감 몫으로 남게 된다.
일부 시·도의 진보 성향이 있는 교육감을 제외하고 대부분 교육감이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반기를 들 가능성은 적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격주이던 것이 전면적인 '놀토'가 됨에 따라 학생들은 학원가로 내몰릴 것이 뻔하다.
우리나라의 교육 여건상 대학입시를 위한 사교육 의존도가 높고 이를 배척할 수 없기 때문에 '주말 특별반'으로 향할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가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꾸준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오히려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큰 것이다.
대형 학원가를 중심으로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주말 특별반 개설 준비도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중·고교보다 초등 저학년(1~3학년)을 둔 맞벌이 가정이나 저소득층 자녀의 돌봄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학교가 교육과 함께 돌봄 기능도 해 왔지만 이제는 또 다른 보육시설을 찾아 나서야 하고 이에 따른 비용이 고스란히 가정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교사들도 무조건 반기는 눈치는 아니다.
연간 수업 일수가 205일에서 190일로 줄었지만 수업시수는 그대로여서 평일의 수업부담은 더 커지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1학년의 경우 매일 5교시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중·고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반면, 가족여행이나 문화체험 등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겠다고 기대하는 학부모도 적지 않다.
학교와 학원을 뺑뺑이 돌 듯하던 자녀와 주말을 충분히 활용해 또 다른 교육의 장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계 한 관계자는 “학교에 보육·교육을 의존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프로그램 등 대비책이 철저히 마련돼야 한다”라며 “주5일 수업제의 정착 여부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부차원의 빈틈없는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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