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 이면에서는 정치적 실리를 챙기기 위한 줄다리기도 계속되는 모양새여서 자칫 명분과 실리를 모두 놓치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자유선진당은 변웅전 대표가 취임 직후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합치자”라며 통합 논의에 불을 지핀 이후 당 쇄신특위를 구성해 통합 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진전된 통합과 쇄신 안을 구체화하고 있지 못하며, 심대평 국민중심연합 대표와 무소속 이인제 의원도 통합에 대한 원칙적 공감대 속에서도 다소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며 구체화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선진당 쇄신특위는 현재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8월 25일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하기로 한 상태다.
그러나 그 외에 구체적인 쇄신안이 마련돼 있지 않고, 통합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도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당대회 일정을 먼저 못박은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선진당 쇄신특위는 심대평 대표와 이인제 의원을 만나 공식적인 통합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심대평 대표는 15일 “통합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혀 실제 통합 성사에는 아직 적지 않은 걸림돌이 남아 있음을 시사했다.
심대평 대표가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는 것은 통합의 명분이다.
심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자꾸 조급하게 통합만 서두르는데, 왜 합치는지 또 합쳐서 무엇을 할 것이지가 중요한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심 대표는 “우선 통합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내가) 선진당을 떠날때 당 변화를 요구했고, 그것은 충청의 정치세력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이었다”며 “선진당이 젊은 인재들이 발 붙일 수 없는 기득권을 고수하지 말고 새로운 그릇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선진당의 우선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심 대표의 이러한 입장은 앞서 창당 수준의 변화를 주문한 이인제 의원의 입장과도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결국 외곽에서 열쇠를 쥐고 선진당을 흔들면서 적절한 통합의 명분과 그 과정에서의 실리를 함께 챙기겠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하지만 이들의 선택지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지지부진하게 통합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줄다리기만을 계속할 경우 그나마 주어진 통합의 기회와 명분마저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시간을 끈다고 없던 명분이 생기는 것이 아닌 만큼 서로 줄다리기만 할게 아니라 명확한 입장을 꺼내놓고 되든 안되든 논의를 이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명분을 찾다 실리도 다 놓치고, 지역민에게 다시 한번 실망감만 안겨 주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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