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아파트 청약조건 칼댄다

2단계 지역민 독식 심각… 거주제한 1년이상 확대 검토

향후 세종시 분양 아파트 지역민 우선 당첨요건에 메스가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행복도시건설청에 따르면 이번 첫마을 2단계 아파트의 우선 당첨요건은 1단계와 달리 '입주자 모집공고일 현재 연기·공주지역에 6개월 이상 계속 거주한 자'라는 제한조건을 뒀다. 지난해 11월19일 이전부터 거주한 자가 해당 사항으로, 이는 투기목적의 위장전입자 걸러내기에 어느 정도 효과를 본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지난 14일 첫마을 2단계 당첨자 유형을 분석한 결과, 연기·공주 지역민 독식 현상은 예상을 크게 뛰어넘었다.

85㎡ 이하 주택형의 경우, 청약자 비율은 대전 49.1%, 충남 6.5%, 충북 4.4% 등 인근 충청권 주민이 전체의 60%를 차지했고, 연기ㆍ공주 지역민 비율은 17.8%로 나타났다.

반면, 당첨 상황을 보면, 충청권 주민의 당첨은 대우 푸르지오 84B와 현대 84D를 제외하면 사실상 전무했고, 대부분 몫이 지역민에게 돌아갔다.

이런 경향을 감안할 때, 당첨자 중 오랜 기간 연기·공주를 터전으로 둔 실제 지역민이 얼마나될 것인가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85㎡ 초과 주택형에서는 더욱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특별공급 물량 64세대의 경우, 자녀수와 무주택 기간 등의 배점이 아무리 높아도 기본 청약자격을 갖춘 지역민보다 후순위로 밀렸다.

타 지역 청약자가 4자녀 이상에 무주택기간이 10년 이상이더라도 고배를 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반공급 물량 1096세대도 마찬가지였다. 287세대는 사실상 지역민 우선 공급 주택으로 확정된 채 출발했다. 이를 확인한 대전 등 인근 지역민들은 '우리가 세종시 분양 아파트 청약률을 높이기 위한 들러리냐'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6개월 이상 거주 제한을 뒀지만, 투기목적의 위장전입자를 걸러내는데 얼마나 효과를 발휘했는 지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행복도시건설청과 LH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제도개선을 신중히 검토 중이다. 현재 거주 제한 기간을 1년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놓고,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LH 관계자는 “위례신도시에서 보듯, 지역 할당제를 도입하는 게 어떨까 한다”며 “다만 순수 지역민을 걸러내는데 초점을 맞추다보면 타 지역 투기꾼들이 늘어나는 역풍을 맞을 수있어, 전반 청약 및 당첨자 조건을 세심히 검토해야할 때”라는 의견을 내놨다.

건설청 관계자는 “지역할당제에 대한 의견을 국토부에 제출했지만 반려된 상황”이라며 “분양열기를 헤치지않는 범위에서 적정한 지역 거주 제한기간을 재설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희택 기자 nature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