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소신이 존중받는 것과 공직자로서 공식적인 발언이 신중해야 하는 것은 다르다. 정 위원장이 “어쩔 수 없다”고 표현한 세종시는 어떤 행태로든 합의를 거쳐 적법하게 추진되는 초대형 국책사업이다. 비난 대신 수정 추진의 핵심 논거가 됐던 행정 비효율 최소화에 힘을 모아주면 어떨까. 원안의 뼈대를 이루는 국토균형발전의 관점은 동반성장의 개념과도 크게 상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
적어도 “행정부가 둘로 나뉘는 나라는 없다”며 공동화나 행정 비효율을 주문처럼 외우고 다닐 때는 벌써 지났다. 그 대신, 디지털 협업체제 구축 등으로 이전 초기 업무 비효율을 막아 비용과 혼란이 미래의 부담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 누구에겐 득이 되고 누구에겐 계륵과도 같은 존재인 세종시를 만들어선 안 된다.
세종시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과도 같다. 정 위원장 자신도 이제는 소신보다 정치적 절차와 과정을 존중해야 할 입장이 아닌가 싶다. 강한 확신감으로 수정안 로드맵을 말하던 총리 시절을 생각하면 개인적인 아쉬움이 클지라도 그렇다. 학자적 양심인지 미래를 보는 전략적 포석인지 모르겠으나 세종시 관련 발언은 자중해야 할 것이다.
자의든 아니든 정 위원장은 과거 '충청권 총리'라는 것을 내세워 충청인에게 진 빚도 있다. 이를 생각하면 세종시가 껍데기론이나 블랙홀론에 빠지지 않고 자족기능을 잘 갖춘 도시가 되도록 돕는 게 더 현명하지 않을까 한다.
사실 우리에겐 세종시를 '분리해서 성공한' 사례로 만들 과업도 주어져 있다. 비효율 요소는 제거해 효율성을 강화하고 자족기능이 부족하면 원안에 더해 채우면 될 일이다. 다 아는 '원안 부작용' 소신을 언제까지나 밝히고 다닐 필요는 없다. 세종시는 실패로 가는 길이 뻔하다는 식의 '흘러간 노래'는 그만 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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