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 편집부국장 |
한국 현대정치사에서 92년의 총선과 대선은 연대의 파괴력과 견제로 표현되는 표심의 향배를 엿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대선에서의 충청권 역할이 두드러지게 부각된 것도 이때다.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2012년의 총선과 대선의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정치권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관심을 갖는 사항이다. 어느 한 정당에 승리를 몰아주지 않는 견제의 표심이 작용할지도 관심거리다.
정치권이 내년 선거를 앞두고 연대설로 들썩이고 있다. 자유선진당과 국민중심연합의 연대는 초읽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한나라당의 7ㆍ4 전당대회는 당체제를 총선과 대선국면으로 전환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자유선진당과 국민중심연합의 연대 역시 한나라당 전당대회 전 이뤄져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충청 정치세력의 결집은 연대의 명분이다. 그러나 속사정은 복잡하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지지율 독주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4ㆍ27 재보선 승리 후 야권 대표주자로 부각되고 있다. 자유선진당과 국민중심연합의 고민도 여기에 있는 듯하다. 박근혜 ㆍ손학규 양대 주자가 총선에서 적극적으로 표심을 자극할 경우 자유선진당과 국민중심연합의 운신의 폭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충청권의 선거는 지역색이 옅어지고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어쩌면 양당의 연대는 당과 자당 국회의원의 사활이 걸린 문제로 볼 수 있다. 총선에서 패할 경우 대선에서의 역할은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자유선진당과 국민중심연합은 지역정당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충청권의 의견을 중앙정치권에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해온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영ㆍ호남으로 대표되는 패권 정치세력의 틈새에서 활로를 모색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중앙정치권에서 이슈나 의제를 선점하는 주도적 역할을 제대로 해왔는지 반성이 필요하다. 반복되는 창당과 힘있는 여권과의 연대는 당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지역민들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었다. 스스로 설 수 있는 힘을 기르지 않고는 창당과 연대를 거듭한다 해도 주변 정당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충청민들의 투표 성향은 정확히 견제의 논리로 움직여 왔다. 어느 한 정당에 표를 몰아주는 90년대식 투표 성향은 이제 찾기 힘들다. 영호남 패권 싸움에 들러리가 되는 것도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텃밭' 정당이라고 무조건 밀어주지도 않는다. '우리가 남이가'식의 천박한 패권주의도, 텃밭에 기대는 지역주의도 충청도민들의 선택지는 아니었다. 어느 쪽이든 더 부당하다고 판단되는 쪽에 그것이 총선이든 지방선거든 대선이든 분명한 메시지로 경고를 보내곤 했다. 자유선진당이나 국민중심연합은 이제 지역정당의 한계를 벗을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변화와 혁신이 없는 물리적 통합이나 연대로는 유권자들을 잡을 수 없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만큼 유용한 방법은 없다. 선거 때만 머슴이 되고, 당선된 뒤엔 상전이 되는 선량은 유권자들에게 필요하지 않다.
내년 총선과 대선은 대한민국 국운을 결정짓는 중요한 이벤트다. 강창희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말대로 총선 전후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또 한번 이뤄질 것이다. 권력만 잡기 위한 연대는 실패한다. 일시적으로 승리한다고 해도 끝까지 성공할 수는 없다. 진정성과 신뢰가 담보되지 않는 정치가 유권자의 외면을 받는 것은 역사의 철칙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