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음악은 그만 '나도 음악가'

듣는 음악은 그만 '나도 음악가'

다양한 음악방송 국민감성 자극 통기타·색소폰 등 실용음악학원 인기

  • 승인 2011-06-14 17:23
  • 신문게재 2011-06-15 5면
  • 이경태 기자이경태 기자
[이경태 기자의 세상 돋보기- 대한민국 음악에 빠지다]

“직장 밴드에 한번 들어가보려고 기타 초보 과정을 듣게 됐어요.”

지난 13일 오후 7시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점 문화센터 기타실용 강의실. 현대캐피탈 대전금융지점에 근무하는 탁조운(29·여)씨는 이곳에서 기본 계이름을 연주하고 있었다. 피아노를 칠 줄 아는 그는 직장밴드에 들어가 합주도 하고 공연도 해보고 싶은 마음에 기타수업이 있는 날이면 저녁을 거르기 일쑤지만 마음만은 부풀어있다.

▲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점 문화센터에서 7~8명의 기타강의 수강생들이 기초적인 연주법을 익히는 데 여념이 없다.
▲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점 문화센터에서 7~8명의 기타강의 수강생들이 기초적인 연주법을 익히는 데 여념이 없다.
악기를 연주해고픈 유혹에 빠지는 사람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각종 음악 관련 방송 프로그램이 봇물처럼 터져나오며 '듣는 음악'에서 탈피해 '참여하며 즐기는 음악'에 합류하기 위한 시민들의 대열이 이어지고 있다.

'오빠 밴드', '남자의 자격 밴드', '슈퍼스타 K', '세시봉' 등 음악 관련 방송이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가운데 일반인들이 경연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에서 한 여성 참가자의 기타 연주에 일반인들이 열광하고 있다. 세시봉이나 통기타 연주에 감동 받아 통기타를 배우기 위해 실용음악학원을 찾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중구 은행동 한 실용음악학원은 최근들어 30대 안팎의 여성 직장인 수강생이 2배 정도 늘었다.

이들 여성 수강생들이 영향을 받았다고 손꼽는 것이 여가수의 통기타 연주. 한 경연방송에서 이 여성 참가자가 상위권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이미 본격적인 가수활동을 하는 등 화려한 모습에 대한 일반인들의 막연한 동경이 그들을 음악학원으로 발길을 재촉하게한 것이다.

이 실용음악학원 현정훈 부원장은 “인기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한 여성들이 통기타에 대한 관심을 높이며 수강신청을 해오고 있다”며 “한달에 12만~15만원 정도의 수강료를 내는 것이기 때문에 직장인들에게는 그리 큰 부담은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장년층에서도 악기 다루는 법을 배워 노후를 풍요롭게 보내기 위한 배움의 열기가 높다.

자영업을 하는 박지훈(48)씨는 젊은 시절 즐겨 불렀던 가요를 직접 연주해보기 위해 색소폰 개인 레슨을 받고 있다. 그는 세시봉친구들 콘서트에 다녀온 뒤로 인생관이 바뀌었다. 박씨는 “같은 시대를 겪어온 사람들과 노후까지 함께 음악을 즐기며 행복하게 살고 싶어 색소폰을 배운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대인들이 종전 막연한 음악에 대한 동경에서 직접 참여하고 즐기는 행동으로 바뀐 데는 단조로운 삶에 악기가 변화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인터넷, TV 등을 통해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문화에서 시청자나 방청객으로 남아있기 보다 악기 연주를 통해 삶을 즐기려는 주체적 의식이 뿌리내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일반인들 역시 일말의 성공에 대한 동경, 자신을 알리고 싶은 욕망이 있어 음악 연주에 참여하면서도 보여지는 것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다”며 “현대인의 특성 상 적극적인 사회활동보다는 주변사람들과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악기 연주를 택하는 성향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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