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논매기 - 생명의 호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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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찬]논매기 - 생명의 호미질

  • 승인 2011-06-14 14:20
  • 신문게재 2011-06-15 21면
  • 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벼농사를 짓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가 논매기다. 논이나 밭을 매는 일을 김매기라고 하지만 특히 논매는 일은 밭매는 일과는 차이가 있다.

논매는 일은 단순히 풀만 골라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논바닥과 벼에 생명을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농사를 잘 짓는다는 것은 가을에 수확량을 많이 늘리는데 있다. 수확량을 많이 늘리려면 벼를 견실하게 키워서 벼이삭이 많이 달리도록 해야 한다. 벼이삭이 많이 열리도록 하려면 모심기를 할 때 어린 모를 3~4포기씩 심는데, 이 적은 어린모가 그대로 크면 수확량이 얼마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어린모가 새끼를 많이 쳐서 3~4포기씩 심은 모가 적어도 20~30포기는 되도록 해야 가을에 수확을 많이 할 수 있다.

이렇게 하기 위하여 우리 농부들은 여러 가지 방법과 기술을 터득하였다. 그 가운데 하나가 벼가 잘 자라도록 굳어진 논바닥을 호미로 들썩여 주어서 공기소통이 잘 되고 부드러워서 벼의 뿌리가 잘 번성하여 새끼줄기가 많이 자라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서 동시에 풀까지 뽑아내어 벼가 먹을 양분을 다른 풀들에게 빼앗기지 않도록 하였다.

논매는 일은 그렇게 손쉬운 일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논매기용 호미를 가지고 엎드려서 논바닥을 헤집은 다음 허리를 펴는 일을 반복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상당한 노동력을 필요로 하였을 뿐만 아니라 단조롭고 지루한 일이었다. 그러므로 여러 동네 사람들이 품앗이를 하여 몰려 다니면서 논을 매고 어려움과 피곤함을 씻기 위해 노래(농요)를 함께 부르면서 일을 하였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호미 대신 서서 밀고 다닐 수 있는 바퀴살이 삐져나온 기계식 훑치기를 만들어 쓰기도 하였다. 논매기와 함께 논바닥을 말려서 볏가지수를 조절하고 볏대를 강하게 하여 태풍 등 큰 바람이나 물결에도 쓰러지지 않도록 하였다. 요즈음 여러곳에서 새롭게 시도되고 있는 왕우렁이나 미꾸라지를 이용한 농사법도 흙과 벼에 생명을 주는 논매기 대체농법이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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