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대출도 결국 빚이다. 민주당 정책위 자료에 따르면 올 4월 기준으로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가 신용불량자(신용유의자)가 된 대학생과 대학원생이 3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2007년 3700명에 비하면 무려 8배나 늘어난 숫자다. 대학생들이 비싼 등록금을 충당하느라 빚을 떠안고 끝내 신용불량자로 추락하는 게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정부 대출을 받을 자격이 안 돼 금융권 대출이나 사채를 이용한 경우를 포함한다면 등록금 빚에 허덕이는 학생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이른 데는 무엇보다 지나치게 높은 대출 이자 탓이 크다. 연이자 4.9%는 정부의 주요 정책 대출 금리 3%미만보다 훨씬 높다.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는 선진국의 경우 이율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2%대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취업 후 상환 시점까지 부과되는 복리 부담을 감안한다면 정책 대출이라는 표현부터가 부끄럽다. 이러니 학자금 대출을 받고 빚을 갚으려 '알바 전쟁'에 뛰어들어도 졸업 후엔 백수로 전락, 신용불량으로 추락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B학점 이상'으로 규정한 대출 요건도 잘못됐다. 가정 형편을 고려하는 게 아니라 대출 자격을 학점과 연동시키면 정작 필요한 학생들이 배제되기 십상이다. 가난한 가정의 학생들은 학비를 벌기 위해 한밤중까지 주유소·편의점·식당 등지 '알바'에 내몰리고 그 결과 성적을 올리지 못해 다시 대출 자격에서 밀리는 악순환에 갇혀 있는 게 현실이다. 이래서야 등록금 부담을 줄여줘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가 무색하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얼마 전 “고등교육 예산과 기부금을 확대해 8조원을 마련해서 장학금과 대출이자 지원 등을 해나가겠다”고 했다. 정부가 대출이자 지원에 나서는 것은 좋지만 높은 이자와 대출 요건 완화가 먼저다. 원한다면 누구나 최소한의 이자로 빌릴 수 있고, 졸업 후 충분히 상환능력을 가졌을 때 갚을 수 있게 학자금 대출 문턱을 더 낮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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