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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기 대덕구 청장 |
도시철도가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향후 지역의 발전가능성을 결정짓고 당장의 주거환경이나 집값 등에 영향을 미치는 중차대한 사업이기에 주민들이 지역과 개인의 이익을 반영하기 위해 의견을 표출하는 것은 단순한 소란이 아니라 주민으로서 갖는 당연한 권리다.
대전시로서도 경제성을 중시하는 정부의 예비타당성 심사를 통과해야 사업이 추진될 수 있다는 현실적 조건과 각 지역의 수많은 요구를 반영할 경우 경제성이 떨어지는 딜레마 때문에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전시의 고충을 이해하면서도 대전 시민의 일원으로 그리고 대덕구를 대표하는 자치단체장으로서 대전시의 도시철도 2호선 추진방향과 과정에서 몇가지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먼저, 노선 선정의 문제점이다.
대전시는 진잠~서대전4가~대동5~중리4가~정부청사~유성4가~진잠을 경유하는 59.8㎞의 순환형 노선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노선은 대덕구의 중리동~오정동 단 2.7㎞를 지나는 데 그친다. 순환형이란 물리적으로 한바퀴를 도는 형태가 아니라 대전시의 5개구를 골고루 경유할 때 진정한 순환형이라 볼 수 있다. 대전시는 대덕구가 요구하는 송촌, 법동, 연축동을 포함시킬 경우 예비타당성 심사를 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나 이 지역이 대표적 인구밀집지역임을 감안할 때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도시철도와 같은 규모가 크고 도시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업은 경제성 뿐만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지역 균형발전, 발전가능성, 서민계층에 대한 배려 등 형평성과 교통복지차원의 배려가 필요하며 이는 곧 염홍철 대전시장의 반복된 약속이기도 하다. 염 시장은 평소 성장보다는 분배를, 집중보다는 분권을 강조해 왔다. 그런데 실제 행정에서는 초등학교 무상급식에서 소득수준별 확대에 반대하더니 도시철도에서도 경제성만을 이유로 교통소외지역보다는 인구가 많은 잘사는 지역을 우선시하고 있다. 도시철도 건설에서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일 뿐이다.
두 번째로 과정상의 문제점이다.
대전시는 4월초 그동안 고수해 온 신탄진~진잠간 X자 중전철 지하철 건설계획을 순환형으로 바꾸어 일방적으로 언론을 통해 발표했다. 그 과정에서 일체의 대시민 설명이나 의견 수렴절차도 없었다. 대덕구는 그동안 두차례에 걸쳐 구와 구민의 의견을 정식 공문을 통해 대전시에 제출했으나 아직까지 어떤 대답도 들려오지 않는다. 오히려 직장교육과 기자회견을 통해 “어떤 노선으로 결정이 되든 100% 만족은 어려울 것”이라며 “지나치게 정치 쟁점화 돼서는 안된다”는 점만 강조하고 있다. 오로지 대전시의 계획만이 최선의 안이며 주위의 어떠한 요구에도 귀를 닫겠다는 오만한 불통행정이다. 심지어 이견을 제시하는 대덕구의 부구청장을 대전시로 불러 경고와 질책을 서슴지 않았다. 유신헌법에 대한 일체의 비판이나 개헌주장을 금지한 1970년대 유신체제가 부활한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일관성의 문제다.
신탄진~진잠간 중전철 방식은 작년 6·2 지방선거에서 염 시장의 공약사항이며 그동안 대전시의 방침이었기에 신탄진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대덕구민들은 지하철이 빨리 생기기를 학수고대하면서도 과연 이런 방식이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해 왔다. 결국 우려가 현실화 되어 올해 4월 들어 슬그머니 순환형, 경전철 방식으로 노선과 차종이 변경됐다. 중요한 정책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이유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책임있는 행정기관의 당연한 도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대전시는 해명은 커녕 어떠한 변명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대전시장은 잘못된 정책판단으로 도시철도 건설을 지연시켰고, 도시철도 못지 않은 중요성을 갖는 국철 전철화를 조기에 관철시키지 못한 것에 대해 대전시민에게 사과하고 지금이라도 귀를 크게 열고 주변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어떤 사안에 대해 처음에는 옳고 그름을 가리지 못한 일이 일시적으로 통할 수는 있지만, 결국에는 바른 길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주위에서 들고 일어나 소란이 일때는 다 이유가 있고, 책임있는 공동체의 수장이라면 그 이유를 살펴보는 것은 당연한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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