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선 충남지방노동위원장 |
한 쪽은 “지금까지도 노조를 안 만들었는데 복수노조가 허용된다고 달라질 것이 있을까? 회사측이 지금보다 근로자 복리후생에 더 신경쓰고 기존에 있는 직장협의회를 더 활성화시키는 등 근로자들이 노조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도록 할 것이며 설령 노조가 생기더라도 가입자 수도 적을 것이고 노조로서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울 같다. 한마디로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이다”라는 입장이었다.
다른 한 쪽은 “월급이 높다는 것만으로 근로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으며 복수노조금지가 풀렸으니 현 직장협의회나 회사에 불만 있는 사람들이 당연히 노조를 만들 것이다. 일단 노조가 설립되면 가입자 수도 점차 늘어날 것이고 회사도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는 입장이었다.
두 입장 모두 일리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삼성처럼 노조가 없는 곳에서는 노조가 생기는 것 자체가 관심사가 될 것이지만 현대자동차처럼 기존 노조가 있는 곳에선 새 노조가 언제 어떤 형태로 설립될 것이며 사측과의 교섭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복수노조는 개별기업의 문화나 그간의 노사관계, 노동조합의 사정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것이다.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경영계 일부에선 복수노조로 상대할 파트너가 많아지니 그만큼 교섭도 더 힘들어 질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사회에는 아직도 노동조합의 활동이나 노동조합의 영향력이 실제보다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 솔직한 생각이다. 물론 일부 대기업노조, 강성노조의 불법적인 파업이나 그들만의 노동운동으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다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노사협상이 결렬되어 파업까지 가는 경우는 전체 유노조사업장의 2% 미만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사업장은 대화로써 협상을 마무리 하고 있다. 노동조합 활동의 정도를 나타내는 노조조직률도 2009년말 현재 9.9%로 OECD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복수노조가 시행되어도 당장에 많은 신규노조가 설립되지는 않을 것으로 대부분의 전문가가 보고 있다. 복수노조 시행으로 노조 수가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질적인 측면에선 큰 변화를 가져오긴 힘들 것으로 본다. 노조 설립이 용이해진 반면 개별 노조의 생명력과 영향력은 취약해질 수 있다.
현재의 단수노조 시대에는 기존 노조와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별개의 노조 설립이 어려웠던 반면, 기존 노조 집행부가 선거 등으로 교체되더라도 노조는 계속 존속하며 상당한 기득권도 인정받았고, 특히 유니온숍 협정이 체결된 사업장의 경우는 근로자가 입사와 동시에 조합에 자동 가입되고 노조에서 제명되면 해고까지 되는 관계로 노조가 조합원 눈치 안보고 독단적으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고 사측과 적당히 야합하는 경우도 있었다.
복수노조가 되면 노조가 조합원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거나 사측에 제 목소리를 못낼 경우에는 조합원이 언제든지 탈퇴하고 새 노조를 설립할 수 있으므로 집행부가 항상 조합원의 의사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다. 보는 눈이 많으므로 노조운영이나 회사경영에 있어 그만큼 투명성이 요구된다.
7월 1일 현실로 다가온 복수노조시대! 노동계는 노동조합간 건전한 경쟁을 바탕으로 조합원이 중심이 되는 노조활동을 실천하며 경영계는 근로자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는 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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