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우]세차(洗車) 하지 않는 이유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이달우]세차(洗車) 하지 않는 이유

[시사에세이]이달우 공주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 승인 2011-06-06 14:22
  • 신문게재 2011-06-07 20면
  • 이달우 공주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이달우 공주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 이달우 공주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 이달우 공주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우리 학교에서 가장 지저분한 차를 지목한다면, 필시 내 차가 맨 먼저 거론될 것이다. 나는 세차를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차의 외관만을 말하는 것이고, 내부 세차는 자주는 아니지만 필요한 만큼은 한다. 하여튼 운전 경력 20년이 다 되도록 지금까지 불과 몇 차례 세차한 것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 세차를 한 것도 외부의 중요한 손님을 내 차로 맞이해야만 하는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서 그랬을 뿐이다.

처음에는 게으른 천성 탓으로 귀찮아서 세차를 하지 않게 되었던 것도 부인하지는 못한다. 그럭저럭 시간이 지나면서 세차를 하지 않는 것이 습관화되었는데, 그 뒤로 나름대로 세차하지 않는 이유를 여러 모로 개발하여 의아해 하는 지인들에게 둘러대어 정당화하곤 했다. 그러나 나의 당당하고 정연한 정당화 논리에도 불구하고, 내 차의 더러운 상태를 지적하는 사람들을 완전히 설득하는 데는 실패했다.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는 물론이고 앞으로도 나는 내 차의 외관의 더러움에 대해 조금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시금 게을러 보이는 나를 정당화하는데 도움이 되는 '세차하지 않는 몇 가지 이유'를 들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처럼 '세차하지 않기'를 실천하는 캠페인이라도 같이 하기를 권하고 싶다.

근자에 우리나라가 물부족 국가군에 포함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보도 내용의 진위 여부는 차치하고, 현재와 같은 속도로 지구촌의 개발과 인구 증가가 지속되는 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다. 제한된 수자원을 절약한다는 차원에서 세차를 자제하거나 절수세차를 해야 한다. 환경부의 보고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1인당 1일 가정용수 사용량은 238로 OECD 회원국 중 이태리 다음으로 많다고 한다. 세차할 때 사용되는 물의 양은 양동이를 사용할 경우에는 30~40이고 호스를 쓸 경우에는 무려 200~240나 된다고 한다. 세차기로 하게 되면 소형차는 70, 대형차는 200를 소비한다고 한다. 고작 자동차 한 대 세차하는데, 한 사람이 하루에 사용하는 물의 양과 같이 들어서야 되겠는가?

자원 절약 뿐만 아니라 환경보호를 위해서도 빈번한 세차는 자제해야 한다. 200의 물을 사용하여 세차하는 동안 사용되는 세제의 양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전국적으로 1000만 대가 넘는 자동차의 세차를 위해 낭비되는 막대한 양의 물, 그리고 세제와 코팅제 등의 사용으로 인한 수질오염 등을 생각하면, 일시적으로 차의 외관을 번듯하게 하기 위한 세차에 대해 재고하지 않을 수 없다.

세차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자연이 제공하는 무료세차 서비스인 '자연세차'를 최대한 활용했으며 한다. 억지라고 할지는 모르나 내 경험에 의하면, 비가 오면 차가 더러워지는 것이 아니라 깨끗해진다. 공짜이니 많은 사람들이 두루 애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를 맞거나 황사가 내려 차가 좀 더러워지면 참지 못하고 바로 세차한다. 세차한 다음 날 또 비가 오거나 황사가 내리면 또 세차한다. 주유소에서 제공하는 무료세차 서비스도 이런 낭비풍조를 부채질하는데 한 몫 하는 셈이다. 공짜이기 때문에 기름을 넣을 때마다 세차를 하는 것이다. 혈세를 들여 만든 소중한 물을 물 쓰듯이 낭비하며 아까운 줄도 모른다.

물론 겨울철에 제설제로 살포된 염화칼슘이나 바닷가를 운행하여 차체가 염분에 노출됐을 경우에는 자연세차를 기다릴 수가 없다. 바로 세차하여 강판의 부식을 막아야 한다. 그러나, 송홧가루나 황사가 빈발하는 봄철에는 오늘 세차를 해도 내일 다시 먼지가 쌓이게 되니 차라리 한 동안 세차를 하지 않는 것이 시간절약도 되고 좋지 않을까 한다. 자동차 표면에 먼지 좀 앉았다고 해서 운행에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강판이 부식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세차하지 않는 것이 자신은 물론이고 나라 살림에도 도움이 되는 애국적 행위라는 내 논리가 끝내 궤변으로 치부되지 않기를 바라며, 동시에 '세차하지 않기' 캠페인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기를 바란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