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우 공주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
처음에는 게으른 천성 탓으로 귀찮아서 세차를 하지 않게 되었던 것도 부인하지는 못한다. 그럭저럭 시간이 지나면서 세차를 하지 않는 것이 습관화되었는데, 그 뒤로 나름대로 세차하지 않는 이유를 여러 모로 개발하여 의아해 하는 지인들에게 둘러대어 정당화하곤 했다. 그러나 나의 당당하고 정연한 정당화 논리에도 불구하고, 내 차의 더러운 상태를 지적하는 사람들을 완전히 설득하는 데는 실패했다.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는 물론이고 앞으로도 나는 내 차의 외관의 더러움에 대해 조금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시금 게을러 보이는 나를 정당화하는데 도움이 되는 '세차하지 않는 몇 가지 이유'를 들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처럼 '세차하지 않기'를 실천하는 캠페인이라도 같이 하기를 권하고 싶다.
근자에 우리나라가 물부족 국가군에 포함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보도 내용의 진위 여부는 차치하고, 현재와 같은 속도로 지구촌의 개발과 인구 증가가 지속되는 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다. 제한된 수자원을 절약한다는 차원에서 세차를 자제하거나 절수세차를 해야 한다. 환경부의 보고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1인당 1일 가정용수 사용량은 238로 OECD 회원국 중 이태리 다음으로 많다고 한다. 세차할 때 사용되는 물의 양은 양동이를 사용할 경우에는 30~40이고 호스를 쓸 경우에는 무려 200~240나 된다고 한다. 세차기로 하게 되면 소형차는 70, 대형차는 200를 소비한다고 한다. 고작 자동차 한 대 세차하는데, 한 사람이 하루에 사용하는 물의 양과 같이 들어서야 되겠는가?
자원 절약 뿐만 아니라 환경보호를 위해서도 빈번한 세차는 자제해야 한다. 200의 물을 사용하여 세차하는 동안 사용되는 세제의 양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전국적으로 1000만 대가 넘는 자동차의 세차를 위해 낭비되는 막대한 양의 물, 그리고 세제와 코팅제 등의 사용으로 인한 수질오염 등을 생각하면, 일시적으로 차의 외관을 번듯하게 하기 위한 세차에 대해 재고하지 않을 수 없다.
세차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자연이 제공하는 무료세차 서비스인 '자연세차'를 최대한 활용했으며 한다. 억지라고 할지는 모르나 내 경험에 의하면, 비가 오면 차가 더러워지는 것이 아니라 깨끗해진다. 공짜이니 많은 사람들이 두루 애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를 맞거나 황사가 내려 차가 좀 더러워지면 참지 못하고 바로 세차한다. 세차한 다음 날 또 비가 오거나 황사가 내리면 또 세차한다. 주유소에서 제공하는 무료세차 서비스도 이런 낭비풍조를 부채질하는데 한 몫 하는 셈이다. 공짜이기 때문에 기름을 넣을 때마다 세차를 하는 것이다. 혈세를 들여 만든 소중한 물을 물 쓰듯이 낭비하며 아까운 줄도 모른다.
물론 겨울철에 제설제로 살포된 염화칼슘이나 바닷가를 운행하여 차체가 염분에 노출됐을 경우에는 자연세차를 기다릴 수가 없다. 바로 세차하여 강판의 부식을 막아야 한다. 그러나, 송홧가루나 황사가 빈발하는 봄철에는 오늘 세차를 해도 내일 다시 먼지가 쌓이게 되니 차라리 한 동안 세차를 하지 않는 것이 시간절약도 되고 좋지 않을까 한다. 자동차 표면에 먼지 좀 앉았다고 해서 운행에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강판이 부식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세차하지 않는 것이 자신은 물론이고 나라 살림에도 도움이 되는 애국적 행위라는 내 논리가 끝내 궤변으로 치부되지 않기를 바라며, 동시에 '세차하지 않기' 캠페인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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