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5일이면 처리 가능한 민원이 2~3개월 걸린다면 개악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3월 19일 개정 공표 시행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악'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이 법 개정 시행령은 연접개발 제한을 폐지하면서 이에 따른 난개발을 막기 위해 건축물 또는 공작물 설치를 목적으로 하는 토지의 형질변경 행위는 도시계획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규정했다.
즉, 연접개발제한 지역이든 아니든 앞으로 주택 및 근린생활시설을 제외한 모든 개발행위(토지 형질변경)는 예외 없이 도시계획심의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 법을 개정하면서 토질 형질변경 심의대상 허가규모 기준을 정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심의를 받도록 한 것.
이 때문에 건축물 신축을 위한 행정의 민원처리 기간이 한 달에서 두 세달 가까이 길어지게 됐다.
실제 5일이면 충분한 신고대상 건축물의 민원처리가 앞으로는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기다려야 한다.
7~25일이 처리기간인 허가대상 복합민원은 이 보다 처리기간이 더욱 늦어져 두 세달은 걸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법 시행령 개정으로 처리기간이 길어지면서 민원인들은 물론 행정기관의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한 민원업무 담당 관계자는 “법 개정 취지는 완화지만 현실은 강화됐다. 심의만 전담하는 직원을 늘려주지 않는 한 제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며 “밤새도록 일을 해도 다 처리 할 수 없다. 처리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민원인들과의 마찰로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또 다른 부서 담당 공무원은 “입법 당시 심의대상 기준을 자치단체가 조례로 제정,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며 “사무 위임 없이 일률적으로 규제하다 보니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민원인들의 불만이 높아 가고 있다”고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일선에서 민원인들의 업무를 대행하는 건축사, 토목설계사 등의 불만도 높다.
지역 한 토목설계사무소 대표는 “이제는 농가 창고하나 짓는데도 개발행위 심의를 받아야 하다 보니 건축민원 처리까지 한 달 넘게 걸리고 있다”며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라고 탁상 입법을 꼬집었다.
이 같은 불만에 대해서는 도시계획심의위원회도 수긍하는 목소리다.
한 도시계획심의위원은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심의회에서 수 많은 건을 심의해야 하는데 꼼꼼히 챙겨보고 제대로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자치단체가 처리할 수 있는 기준을 법으로 정해 위임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문했다.
/금산=송오용 기자 ccms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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