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지금과 같은 국력을 떨치고 경제부국으로 성장하기까지 위기 때마다 구국의 선봉에 선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이 있었다. 그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도, 삶의 터전인 영토도 보전하지 못했다. '겨레와 나라 위해 목숨 바치니, 그 정성 영원히 조국을 지키네…'로 시작하는 현충일 노래 가사가 엄숙하고 고맙게 들리는 이유다.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기꺼이 내놓는 일은 숭고하며 위대하다. 국가와 국민이 이들을 기억하고 유족들을 돌보는 책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다시 위기가 닥쳤을 때 누가 목숨을 걸고 나서겠는가. 조기(弔旗)를 게양하고 묵념 올리는 의례에 그쳐선 안 될 것이다. 국민 모두가 평소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의 희생정신을 진심으로 기리고 유족들에게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작년 두 차례의 아픔을 겪으면서 안보의식이 깨어나고 현충원을 찾는 발길이 크게 늘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호국·보훈 정신이 우리 사회에 과연 건강하게 뿌리 내리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조기를 게양하지 않는 집도 많고 유명 관광 유원지는 북적거리고, 고속도로 교통체증도 여전하다. 현충일 하루만이라도 경건한 마음으로 지내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한지 1년 3개월이 훌쩍 지났음에도 북한은 사과는커녕 연관성 자체를 부인하고 있고, 정치권은 여태 사건 원인을 놓고 옥신각신 하는 답답한 형국을 보면 이 나라를 보전하기 위해 희생한 순국선열들에게 부끄럽기 짝이 없다.
국가안보가 정치적 이해에 따라 좌지우지되어서는 곤란하다. 안보문제에 있어서는 여야가 따로 없고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안보는 바로 뼈아픈 전쟁의 교훈을 잊지 않고, 호국영령들의 고귀한 뜻을 기리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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