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구속된 은진수 전감사원 감사위원의 경우 지난 대선 당시 'BBK대책팀장'을 맡았고 이명박정부 출범후에는 감사위원에 임명됐었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감사원장때 저축은행 부실 문제를 감사했더니 오만 군데서 청탁과 압력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을 놓고 보더라도 저축은행 사태는 권력형게이트로 확산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는데 국민들의 시각이다.
국민들은 역대정권 때마다 불거진 권력형 게이트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김영삼정부 때 정·재계를 뒤흔들어 놓았던 한보게이트를 비롯해 김대중정부에서는 대통령의 아들이 구속되는 불행한 사태를 겪었다. 권력이 개입된 비리사태는 노무현정부에서도 예외가 아니었으며 이번 이명박 정부 또한 '집권4년차 게이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저축은행 사태로 표면화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공공연히 떠돌고 있다.
역대정권의 권력형 비리를 대하면서 일반국민들은 깊은 좌절감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한편 지역민들 또한 또다른 상실감과 좌절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역대 정권에서 벌어진 권력형 게이트는 대다수가 중앙권력의 비대함에서 초래된 결과다. 이번 저축은행사태 역시 이에 연루된 인사들 대부분이 중앙의 금융 감독 당국이며 중앙정부 관계자들로 저축은행 고객이 대부분 지방민임을 생각하면 참으로 분통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은행문을 닫은 대전·부산저축은행의 경우만 해도 소액저축자들 대다수가 지역민들로 저축은행 경영진들이 비자금을 동원한 전방위 로비를 벌이고 힘있는 고객들에게 예금인출을 권유하는 사이 영업정지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민들에게 돌아왔다. 좀 확대해석하면 중앙권력에 지방민들만 피해를 본 격이 아닐 수 없다. 저축은행사태는 차제에 비대한 중앙정부 권력을 줄이고 지방정부의 권한을 확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게 지방민들의 생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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