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지법 첫 민사전자소송 시행 첫 날인 2일 304호 법정에서 재판장 최누림 판사의 심리로 대형모니터와 스크린을 통해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이민희 기자 photomin@ |
“당사자는 모니터를 보면 됩니다. 소장 보실까요?”
“그런데 제적등본에는 이혼 시기가 기재돼 있지 않습니다. (증거목록을 일일이 확인하며) 그런 서면이 없으니 이혼한 날짜가 나온 서면을 제출하세요.”
“(은행신용카드 입회 신청서를 보여주며) 영어이름과 도장이 본인 게 아니란 말이죠? ”
“피고는 전자소송 의무 대상자라 종이 서류로 제출할 수 없습니다. 원고는 전자소송을 할 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2일 오전 10시 20분 대전지법 304호 법정. 대전지법 민사 제17단독(재판장 최누림 판사) 심리로 열린 대전지법 민사 전자소송 첫 재판은 그렇게 10여 분만에 첫 변론기일을 끝냈다. 이날 사건은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원고를 상대로 양수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자 자신의 남편이 인장을 도용해 원고 이름으로 저지른 일이기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며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청구이의'의 소송을 제기한 것.
이날 법정에는 과거와 달리 소송서류 더미가 모두 사라지고 재판부, 원ㆍ피고석에 컴퓨터와 모니터가 설치됐다. 원고와 피고, 방청객들은 좌측 상단에 걸린 대형 모니터를 통해 소장 내용에서부터 증거목록, 은행신용카드 입회 신청서 등 관련 서면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종전 같이 관련 서류를 찾아 넘기는 소리는 아예 종적을 감췄다. 이날 재판은 종전 서면으로만 진행하던 과거 민사 재판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 지난달 2일부터 시작된 민사 전자재판의 조기 정착 가능성을 높였다.
대전지법 장동혁 공보판사는 “전자 소송사건에 대한 첫 변론기일인만큼 전자소송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한 눈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전자소송은 전자법정에서 각종 전자장비를 이용해 전자파일을 현출하는 등 입체적인 변론이 가능해 보다 실질적인 구술 변론을 가능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전지법은 민사합의 사건은 제11민사부(재판장 구창모 부장판사), 민사중액 사건은 제17단독(재판장 최누림 판사), 민사소액 사건은 민사 제1단독(재판장 김석범) 등 3개 재판부가 전자소송 전담 재판부로 지정돼 처리하고 있다.
/박종명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