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현장을 목격하고 피해자를 구하려다가 자칫 자신이 또 다른 사건의 가해자로 몰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산경찰서는 1일 시내버스 안에서 여중생을 성추행한 A(44)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2시 50분께 서산시 동문동에서 시내버스를 탄 뒤 옆 자리에 있던 B(13)양의 신체 일부를 만진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사건 당시 B양은 “이러지 마세요”라며 저항했음에도 버스 안에 같이 있던 승객은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아 '시민의식 실종' 논란이 불거졌다.
형법 20~24조의 정당행위, 정당방위, 긴급피난, 자구행위, 피해자 승낙 등은 위법성 조각사유로 위급한 상황 시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거나 행위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없을 때 처벌하지 않게 돼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얼마나 다급한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 입증키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 범죄자 제지 과정에서 물리력이 동원되면 자칫 자신이 가해자로 몰릴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시민들은 범죄 현장을 보고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실제 지난 1월에는 50대 버스 운전기사가 버스 안에서 여성을 성추행하는 남학생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상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네티즌 심리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자신을 지하철공사 역무원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몇 달 전 승객이 여성을 성추행하는 것을 보고 제지하다가 상대방이 공격해와 방어 차원에서 싸움이 붙어 경찰조사를 받았다”며 “피해여성이 사라진 상황에서 폭행의 경우 합의가 없으면 무조건 쌍방 입건이라는 경찰 설명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고 개탄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아직 우리나라 수사기관에서는 쌍방 폭행의 경우 이유를 불문하고 양측 모두 입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외국처럼 원인 제공자를 가중 처벌하는 법률의 도입 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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