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포문은 연 것은 한나라당이다. 당내 소장파의 지지를 받아 깜짝 당선된 황우여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반값등록금 카드를 내밀었다.
황 원내대표가 내세운 등록금 부담 경감책은 엄밀히 말해 '반값'이라기 보다 소득수준에 따른 차등 등록금제도지만 그 파급력이 만만치 않다.
이미 올해 초 '3+1(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반값등록금)' 무상복지 시리즈를 내세웠던 민주당은 정책을 먼저 내놓고도 이슈선점에서는 한나라당에 선수를 내줬다.
이에 박영선 신임 정책위의장은 취임후 곧바로 반값등록금 정책을 실현하겠다고 단언하고 나서면서 한나라당과 정책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여야가 '반값등록금'을 제1 정책과제로 삼으면서 정치권에서는 어느정도 등록금 부담 경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재원'이다. 한나라당은 2조, 민주당은 3조1000억원 정도의 재원이 매년 필요하다고 분석하고 있지만 과연 이 돈이 어디서 '짠'하고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딱 떨어지는 해답이 없다.
지금까지 제시된 안을 살펴보면 정치권은 추가감세 철회를 통한 세수 확대분과 경기회복으로 늘어난 세계잉여금 등을 통해 재원조달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두가지 모두 미래의 불확실한 전망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실현가능성을 쉽게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추가감세 철회 문제는 청와대와 정부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데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이견이 많은 사안이다.
또, 세계잉여금의 경우에도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있는 여러가지 불안전한 요소가 곳곳에 산재해 있는 만큼 매년 확보가 가능한 안정적인 재원이라고 볼 수 없다. 여기다 현 정부들어 국가채무가 100조 이상 늘어난데다 증가세 역시 가파른 상황에서 남는 국가재정을 곧바로 등록금 부담 완화에 쓰는 것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대해 한나라당의 대표적인 경제통인 이한구 의원은 “결국은 정치권과 정부가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는가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 의원은 “국가재정 가운데 다른 곳에 쓸 것을 최대한 줄여서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반값등록금 문제가 다른 것보다 우선순위에 있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시말해 반값등록금을 포함해 급증하는 국가채무, 늘어나는 복지수요, 국책사업, 지방균형발전 등 다양한 국가예산 사용처 가운데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는 것. 일단 여야 정치권에서 반값등록금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청와대나 정부도 이같은 정치권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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