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가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을 수능 영어과목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학교 현장이 어수선한 모습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정부의 잇따른 개편안으로 학교현장의 혼란을 초래한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반면 학원가는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면서 시장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기존 수능은 9등급으로 구분해 상대평가하는 방식이었지만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은 절대평가 방식으로 4등급만 구분, 변력별 부족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26일 지역 교육계와 학원가에 따르면 이날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방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보다 우려 섞인 목소리가 크게 나오고 있다. 오는 2014학년도 수능부터 적용되는 개편안에다가 오는 2016학년도 수능이 또다시 바뀌게 돼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다.
더욱이 2014학년도 수능에서는 영어과목이 A형과 B형으로 나뉘어 수험생 수준별로 선택해 치르는데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을 시험 적용하는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별도의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진다. 교과부는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을 수시모집에서 활용하는 대학이나 학과는 사전에 지원을 받고 명단을 미리 공개해 필요한 수험생만 치르도록 할 방침이지만 대부분 수험생이 수시모집에 응시한 뒤 수능에도 응시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3 수험생 등 대입지원자만 볼 수 있는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수능의 영어과목 준비까지 병행해야 하는 것이다. 또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에 대해 일선학교가 준비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영어교육과정 개편과 수능 개편,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등 학교와 교사들에게 부담만 늘어날 수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일선 학교에서는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한 가운데 학원가에서는 반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일선 학교에서 준비하기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영어교육의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학원가로 발길이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학원가 한 관계자는 “수능과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이 병행되면 학부모의 불안이 커지고 이는 곧 사교육 시장에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게 된다”라며 “영어교육 특성상 단기간에 성적 향상이 쉽지 않아 어린 학생들까지 조기 사교육 시장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해마다 수능에서 제기되는 변별력 문제도 논란이다. 기존 수능은 9등급으로 구분해 표준점수를 주는 상대평가 방식이지만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은 4등급 절대평가로 구분되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이 변별력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영어능력을 평가하는 것인 만큼 대학이나 학과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영어능력을 확인하는 기능만 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대학이나 학과로서는 곤혹스러워진다. 현재 수능의 9등급제에서도 변별력에 대한 논란이 가시지 않는 상황에서 절대평가 4등급으로 축소되면 대학으로서는 읽기·쓰기·말하기·듣기 등 각 영역에서 올 A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교육정책 중 수능과 관련한 정책은 극도로 민감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올바른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라며 “학생과 학부모, 학교 현장을 고려한 현실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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