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앞은 안돼” 갈 곳 없는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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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앞은 안돼” 갈 곳 없는 병원

주민 혐오시설 인식… 장례식장 설치 마찰도

  • 승인 2011-05-25 17:46
  • 신문게재 2011-05-26 6면
  • 김민영 기자김민영 기자
#사례1=대전지역 한 병원 병실은 20년째 창밖이 담으로 막혀있다. 창문이 있지만 3층 높이까지 담이 가로막는 바람에 전혀 밖을 내다볼 수 없다. 인근 아파트에서 환자들이 보여 사생활 침해를 받는다는 이유에서 세워진 담이다. 당시 아파트 주민과 창문이 보이지 않게하겠다는 각서(?)까지 쓴 상태라 철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병원 관계자는 “주민들의 고충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환자들이 답답해 하고 불편해 한다”며 “병원은 혐오시설이 아닌 편의시설인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례2=지역의 또다른 병원은 장례식장을 개원하면서 애를 먹었다. 인근 주민들이 장례식장 설치를 반대해 이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병원측은 주민들에게 병원이나 장례식장을 이용할 경우 20%의 비용을 감면해주는 등 남다른 대우를 제시하고서야 장례식장을 개장할 수 있었다.

지역병원들이 병원을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지역 주민과의 마찰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전시제2시립병원도 지난해 개원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주민 반대로 장소를 여러차례 옮겨 지금의 하소동에 자리를 잡게 됐지만 인근 주민과의 마찰은 피할 수 없었다. 주민들은 병원이 당연히 장례식장을 만들 것이고, 환경 오염을 유발할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했지만, 병원측은 장례식장 운영 계획 조차 없어 수많은 설득 끝에 어렵게 주민 동의를 받아냈다.

서구지역에 병원을 개원한 한 병원은 지역 주민들이 장례식장 개원을 염려하며 병원 개원에 반대하자 병원 설립 도면에 장례식장을 '회의실'로 고쳐 병원을 설립하기도 했다.

지역 병원 관계자는 “병원은 아프면 누구나 갈 수 있는 편의시설이지만 이를 편의 시설이 아닌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경우가 아직도 남아있는 것 같다”며 “지역에서 좋은 병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혐오시설로 보는 인식 부터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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