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전 생활고로 가족과 생이별을 하고 사망신고까지 됐던 40대 남성이 극적으로 가족과 상봉했다.
주인공은 대구가 고향인 정 모(49)씨. 정씨 가족은 지난 1977년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당시 15살이던 장남 정씨를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집에 맡겼다.
정씨 가족들은 “배 불리 먹이고 따뜻하게 옷을 입혀달라”고 울면서 정씨를 떠나보냈다.
하지만 정씨가 갑작스레 다리를 다쳐 거동할 수 없게 되자 정씨를 맡고 있던 이웃은 그를 버스에 태워 집으로 돌려보냈다.
이것이 정씨에 대한 가족들의 마지막 기억이다.
그 뒤 정씨는 연락이 끊겨 종적을 알 수 없었다.
정씨 가족은 14년이 지난 1991년 2월 27일 가족회의를 거쳐 그를 행정기관에 사망신고 하고 가슴 속에 묻었다. 정씨는 그렇게 가족들로부터 잊혀졌지만 올들어 환생(還生)의 기적이 일어났다.
지난 4월 9일 경찰에 신고된 주취자 신원을 지문감정 등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20년 동안 죽은 줄만 알았던 정씨가 생존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
경찰은 이때부터 한 달 동안 제적등본 등을 확인, 30년 만에 대구에 사는 정씨 가족을 찾아냈다.
공교롭게 정씨 가족이 확인된 날은 돌아가신 아버지 제삿날이어서 가족들의 기쁨은 더욱 컸다.
지적장애 증상을 앓고 있는 정씨는 그동안 전국을 떠돌다 현재는 대덕구 모 복지시설에서 보호 중이며 조만간 가족 상봉을 앞두고 있다.
정씨의 제수(弟嫂)인 서지혜(39)씨는 “가족 모두 죽은 줄로만 알고 사망신고까지 했던 큰아주버님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너무나 기뻤다”며 “한 번도 뵙지 못했지만 하루빨리 대전으로 달려가 아주버님을 만나보고 싶다”고 기뻐했다.
서씨는 이어 “어머님께서 아들 생존 소식을 듣고 아픈 기억이 생각나 잠을 못 이루고 계신다”며 “아직 구체적 계획은 없지만 34년 만에 찾은 아주버님과 행복하게 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씨 가족을 찾아낸 대덕경찰서 박현우 경사는 “경찰관으로서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알려지게 돼 부끄럽다”며 “정씨 가족의 딱한 사연을 들어보니 새삼 가족의 중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겸손해 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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