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창호 천안 |
발단은 이렇다. 지난 23일 천안시 모 간부가 공직자세를 일깨우는 '官淸民自安(관청민자안)'이라 쓰인 서예작품을 시청 로비에 내걸었다.
이 글귀는 '벼슬아치가 청백하면 백성은 절로 편안해 진다'라는 뜻으로 명심보감 성심편에 실린 장원시(장원급제 시) '國正天心順 官淸民自安 妻賢夫禍少 子孝父心寬'의 일부를 인용한 것이다. 이 간부의 요청으로 진중황 천안서예가협회장이 붓을 잡았다.
이글은 최근 연이어 터진 시청 간부들의 뇌물사건과 관련자정(自淨)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졌다. 모든 공무원들이 이용하는 엘리베이터실 입구에 내걸어 의미를 되새기도록 했다.
관청민자안은 평소 목민(牧民)을 강조해온 박정희 대통령이 1964년 신년 휘호로도 사용했다. 2003년 합천 해인사를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에게 조계종 종전 법전 스님이 이를 써 선물했었다. 정부 기구와 전국의 많은 자치단체에서 '공직자의 청렴'을 강조하는 의미로 즐겨 사용된다.
하지만, 서예작은 기자들이 취재에 들어간 24일 오후 갑자기 철거됐다. 설치된 지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작품이 걸렸던 자리에는 못만 삐죽이 남았다.
시 관계자는 “좋은 의미인줄은 알고 있지만 민감한 시기라 또 다른 오해를 불러 일으킬 것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일부 공직자들도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그런데 시민들은 실상 시청 로비에 걸린 서예작에 큰 관심이 없다. 연이은 공직비리에 자정결의와 청렴 대회를 연다 해도 액면 그대로 지켜질 것을 믿는 시민도 많지 않을 것이다.
모든 공무원이 청백리(淸白吏)이기도 어렵고, 공무원의 시대적 가치관과 추구하는 삶의 기준이 목민심서와 동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청렴을 강조하는 스스로의 다짐을 '자괴감'이나 '따가운 외부시선'을 이유로 화들짝 철거한다면 지나치게 가벼운 태도는 아닐까? 官淸民自安을 서예작이 아닌 가슴에 새기는 공무원을 시민은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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