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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기선 한서대 총장 |
페루는 지난해 11월 우리나라와 지유무역협정에 가서명한 나라로서 남미국가로는 칠레에 이어 2번째이며 세계적으로는 8번째 협정 국가라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더구나 페루 수도 리마는 남미국가로는 드물게 중간기착지로서 교통의 요지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국적기들의 남미취항의 중간기착지로서 반드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페루에 산재한 풍부한 고대 잉카 문화유적들도 앞으로 세계인들에게 각광받는 관광자원으로 활용될 것이 분명하다.
페루는 해안가, 안데스 산맥지대 그리고 동부산악지역 등 국토가 대체로 3분의 1로 구분되어 있다. 국토의 넓이는 남북한 크기의 6배정도이지만 인구는 약 3000만명으로 국민대부분이 어업과 농업과 같은 일차산업에 종사하고 있어 국민소득은 아직 4000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알란 가르시아(Alan Garcia) 대통령이 집권한 지난 5년간 많은 변화가 일어나 최근에는 경제 성장이 연속 8%대에 이르고 있으며 올해도 5%대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와의 교역도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이 상당한 수준으로 진출하였고 페루정부는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경험을 자국 발전의 모델로 삼고있는 등 관계가 급속히 밀착되고 있다. 그러한 증거로 가르시아 대통령이 그간 한국을 두 번이나 방문했고 우리나라 이명박 대통령도 페루를 방문했다. 이번 대통령 특사로 우리 방문단을 이끌었던 이상득 의원도 3번째 방문이었으며 대통령과의 만남만도 5번이나 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페루 정부 요인들이 우리 일행을 대하는 모습도 매우 우호적이었다. 대통령궁에서 대통령을 접견할 때 대통령은 이상득 특사를 가리켜 '한국에 있는 페루 전문가'라고 호칭하면서 우정 어린 정담을 할 정도였고 KAI 김홍경 사장을 향해서는 '내 친구'라는 표현을 서슴없이 사용하면서 한국에 각별한 애정을 나타내었다.
페루의 항공교육과 관련하여 페루의 대학총장을 특별히 입회시켜 필자에게 소개하고 좋은 동반자가가 될 것이라고 하면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가지라는 말도 했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필자를 칭할 때 그냥 총장이 아닌 한서대학교 총장이라고 구체적인 호칭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발음하기도 어려운 '한서'라는 단어를 소개하는 분의 말만 듣고 불러주는 '세심한 배려'에서 가르시아 대통령의 독특한 매너가 가슴에 와 닿았다. 가르시아 대통령은 한때 프랑스에서 수학한 경력 때문에 불어도 능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우리 일행 중 한분과 불어로 대화하는 자신 있는 모습도 이색적이었다.
대통령이 특별히 항공교육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아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주문했었다. 대통령 뿐만 아니라 많은 각료와 국회의원들도 일심동체가 되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서 페루의 희망을 보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국방장관은 우리가 판매하려고하는 KT-1에 대해선 세세한 정보까지 간파하고 있었으며 특히 페루 민간항공교육의 방향에 대해서도 아주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향후 협력을 다짐했다. 국방장관의 협상태도도 인상적이었다. 우리 사절단의 일관된 요구들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모습이었다. 우리 측의 빠르고 확실한 결단 요구에 자국의 현 정치적 상황을 설명하면서 너무 급하게 추진하면 절차상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차분하게 충분한 시간을 갖고 완벽하게 추진해야 사업이행을 책임질 다음 정권에서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배석했던 국회의원들과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입법 활동이 철저히 다수결 원칙을 존중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 일행 중 한분이 중요 쟁점사항의 국회의결과정에서 혹시 몸싸움이나 의사진행 방해 같은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 3선의원은 다수결로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는 어떤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이 불문율이라고 응답했다.
페루의 정치체제가 유럽민주주의의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유교문화에 익숙한 우리 선조들은 비록 절대 군주의 왕명이라하더라도 그것이 옳지 못하다고 여겨지면 목숨 걸고 바른 말로 상소했다. 이 특유의 선비정신이 성균관제도로 절정을 이룬 선비문화였다. 역사와 문화적 전통이 다르면 다른 정치풍토가 생성되게 마련이다. 비록 통상증진의 목적을 지닌 방문길이었지만 민의를 대표하는 페루 의원들과의 대화에서 '반대를 위한 반대'의 정치는 버려야할 할 보편적 가치라는 것을 새삼 느낀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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