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철]우리는 미래를 위해, 과거를 알아야 한다

[강신철]우리는 미래를 위해, 과거를 알아야 한다

자본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삶의 진정한 의미 되새겨보는 시간 선사

  • 승인 2011-05-24 14:53
  • 신문게재 2011-05-25 12면
  • 강신철 백북스 운영위원장강신철 백북스 운영위원장
[백북스와 함께 읽는 책 - 나의 동양고전 독법 강의]

저자 신영복 교수는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숙명여대 경제학과 강사를 거쳐 육군사관학교 경제학과 교관으로 있던 중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복역한 지 20년 20일 만에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했다. 1989년부터 현재까지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 신영복의 엽서 등이 있다.

▲ 나의 동양고전 독법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강의
이 책은 신영복 교수가 성공회대학교에서 고전 강독이라는 과목으로 강의했던 내용을 엮어 낸 것이다. 그의 고전 강독은 과거를 재조명하고 그것을 통하여 현재와 미래를 모색하는 것을 기본 관점으로 삼고자 했다. 고전 강독은 결코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미래로 가는 길을 찾기 위한 것이다.

신영복 교수는 어려서 할아버지 사랑방에서 붓글씨와 한문을 공부한 것이 심층의 정서로 남아 있다가 감옥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동양고전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노촌 이영구 선생과 4년간 감옥에서 함께 지내면서 그의 의병 문헌 번역 일을 도우면서 한문 공부의 깊이를 더했다고 한다. 이 책은 시경, 서경, 초사, 주역과 함께 춘추전국시대 공자, 맹자, 노자, 장자, 순자, 묵자, 한비자 등 제자백가 사상을 중심으로 논어, 대학과 중용의 독법과 함께 송대의 신유학에 대한 논의를 추가하고 있다.

저자는 서양문명이 과학과 종교, 두 개의 축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모순관계에 있다고 본다. 과거에는 종교가 과학을 박해했지만 오늘날은 오히려 과학의 압도적 우세로 말미암아 진리와 선이라는 서양 문명의 기본 구조가 와해되었고, 과학은 자본축적의 전략적 수단이 되어 사회 변화를 증폭하고 미래에 대한 압도적 규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의 발전이 인간의 가치를 높이기보다는 신무기나 신상품의 생산 기술이 과학 발전의 동기가 되고 있고, 과학은 희망을 주기보다는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동양고전을 읽을 때, 동양의 역사에는 과학과 종교의 모순이 없으며, 동양 사회의 도덕적 구조는 기본적으로 인문주의적 가치가 중심이고, 자연과 인간 그리고 인간관계 등 지극히 현실적이고 인문주의적인 가치들로 채워져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읽어야 한다. 동양적 사고는 현실주의적이다. 현실주의는 우리들의 삶이 여러 가지 제약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승인하는 태도로서 저 혼자 마음대로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삶이란 뜻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고 나아가 자연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진리가 형이상학적 차원의 신학적 문제임에 반해 동양의 도(道)는 글자 뜻대로 일상적인 경험의 축적으로서 우리 삶의 한복판에 있는 것이다. 동양에서는 자연이 최고의 질서이다. 자연 이외에 어떠한 힘도 인정하지 않으며 자연에 대해 지시적 기능을 하는 어떠한 존재도 상정하지 않고 있다. 자연이란 본디부터 있는 것이며 어떠한 지시나 구속을 받지 않는 스스로 그러한 것이다.

동양적 가치는 어떤 추상적인 가치나 초월적 존재에서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맺고 있는 관계 속에서 구하는 그런 구조이다. 동양학에서의 인성은 개인이 자기의 개체 속에 쌓아놓은 어떤 능력, 즉 배타적으로 자신을 높여나가는 어떤 능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이 책을 통해서 동양고전이 주는 메시지, 즉 인성을 고양시킨다는 것이 자기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아닌 것을 키우고 그것을 통해 자기를 키우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우치게 된다.

동양사상은 가치를 인간의 외부에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종교적이고, 개인의 내부에 두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개인주의적이지 않다. 급격한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인간중심적인 인본주의가 만연되고 과학주의가 범람하기 쉬운 오늘날 동양고전을 다시 읽으면서 우리 삶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가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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