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축제의 숫자도 문제지만, 언제 축제가 열리는지조차 지역민이 모를 정도의 무관심이 더 문제였다. 관광객 유치에만 신경 썼지 여태 간과해왔던 게 주민참여다. 축제에 주민 참여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650만명이 참가하는 독일 맥주 축제에 지역주민이 70% 이상이라는 것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는 백제문화제 등 대형 축제, 정예축제를 포함한 모든 축제에 해당되는 얘기다.
이제 지역축제의 유형, 축제의 콘텐츠, 축제 예산 등 전반에 대해 총체적으로 돌아볼 시점이 됐다. 지역축제의 65% 이상이 지방자치제 개막 이후 탄생해 과포화에 이른 상태다. 경제논리만 따져서도 물론 안 되지만 지방재정 악화의 주범으로나 내몰린다면 존폐를 고민해볼 단계라 할 것이다.
더 이상 지역축제를 주먹구구식으로 할 때는 지났다. 기존의 축제에는 새로움, 일상탈출형, 흥미와 유희형, 친교형, 지역문화 이해형 등의 요소가 부족한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가장 많은 인기를 끌고 매출액을 높이는 킬러콘텐츠는 그만두고 최소한의 차별화된 콘텐츠가 없는 '판박이 축제'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그 중요한 이유는 단체장들의 치적용으로 축제를 남발한 데에 기인한다. 기존의 축제가 지역경제 기여에 너무 방점이 찍힌 측면은 있다. 하지만 경제적 효과도 불확실하고 프로그램이 고만고만한 축제의 난립을 두고 볼 수는 없다. 가장 손쉬운 문화사업이 지역축제라는 말이 안 나오도록 정예축제 지원과 전시성 유사축제의 통폐합을 문화정책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외부환경으로 봐도 전국에서 400개 이상의 축제가 폐지됐을 만큼 축제 환경은 나빠졌다. 지역민의 정서적 공감대와 지역 대표성을 갖지 못한 축제, 지역문화 보존 및 계승에 도움 안 되는 축제는 존재 가치가 사라졌다. 지역민의 참여, 시·군과 긴밀한 협력 속에 군살은 빼고 속살은 채워야 '건전하고 경쟁력 있는 축제'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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