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국립대 간의 통합 대학 추진이 또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학령인구 감소 등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국립대 간의 통합이 절실하지만, 대학 간의 이해관계가 통합대학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충남대, 공주시, 공주교대 대전·충남권 3개 국립대는 세종시 융복합캠퍼스 확보는 물론 세계 100위권 명문대학 진입을 목표로 했지만 모든 것이 물거품 됐다.
▲통합 무산 이유=3개 대학 총장과 처장급으로 구성된 통합추진위원회(이하 통추위)는 지난 20일 통합 대학 추진과 관련해 최종 협상결렬을 선언했다. 통추위는 이날 지지부진하던 통합 추진에 대해 최종 판가름을 낼 방침이었다. 그러나 3시간이 넘는 회의에서는 기존 팽팽하게 맞섰던 대학 간 입장 차만 확인한 채 통합 대학 협상 결렬로 마무리 지었다.
통합 대학의 필요성은 인식하면서도 대학 간 양보와 타협은 없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진행된 통추위에서는 최대 이슈였던 '대학본부 위치'와 '교명'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대학 구조조정에 실질적인 문제에 해당하는 '캠퍼스 특성화'에서 대학 간 의견 차가 팽팽히 맞섰기 때문이다.
교과부가 밝힌 국립대학 통폐합 기준 고시 개정(안)에 따르면 캠퍼스별 특성화를 위한 유사, 중복된 단과대학을 원칙적으로 통폐합 하도록 하고 있다. 충남대와 공주대의 학과(부)가 90% 이상 중복되는 되는 상황으로 이날도 두 대학은 자연과학계열과 공과대학계열 등에 대해 접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그었다. 이날 회의를 주관한 공주교대는 중재안을 마련해 통합 추진을 시도하려 했지만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풀리지 않는'통합'=지역 국립대 통합 논의는 지난 2004년 충남대와 충북대가 통합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부터다. 다음해 통합계획안을 확정키로 했지만, 충북대가 구성원 반대로 통합 무산을 공식 선언, 양해각서 체결 7개월 만에 통합 추진이 무산됐다.
이후 충남대는 공주대와 통합을 시도하고 2005년 11월 통합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구성원의 의견수렴과 찬반투표 등의 추진과정에서도 합의를 이끌어 냈다.
그러나 2006년 2월 당시 제5대 공주대 총장 임용후보자로 선출됐던 김재현 교수가 대학본부의 천안이전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데다 정부의 행정도시 내 통합캠퍼스 설립 계획안에 대한 양 대학의 이해가 엇갈리면서 각자 길을 가게 됐다. 이후 통합 추진이 지역에서 큰 관심을 끌지 못하다 2009년 송용호 충남대 총장이 공주대, 공주교대와의 통합을 일방적으로 제안하며 통합에 다시 불을 지폈다. 하지만 충남대만의 일반적 추진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다 올해 초 충남대, 공주대, 공주교대가 세종시 진출에 뜻을 같이하며 통합 추진에 나섰지만, 2개월 여 만에 협상결렬을 선언했다.
▲앞으로의 통합은=학령인구가 급감해 입학정원이 줄면 국립대 통합은 또다시 논의될 수밖에 없는 문제다. 그러나 당분간은 쉽지 않아 보인다. 충남대와 공주교대의 총장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통합 추진에 무리가 따를 수 있다. 일각에서 지속적으로 통합 불발을 제기했던 이유도 이에 해당한다.
또 이번 3개대의 통합 추진은 예산 배치 등을 고려해 국립대 구조조정을 유도한 현 정부 임기 내에 진행하려 했었다. 그러나 이번 결렬로 이번 정권 내에 통합 대학이 논의되긴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3개 대학 통합이 결렬됐긴 했지만, 충남대와 공주대는 여전히 공주교대와의 통합을 원하고 있는 상태다. 3개대 통합 추진과 동시에 지속적으로 두 개대가 공주교대와 통합 의사를 밝혀오기도 했다.
하지만 공주교대는 3개대 통합이 결렬된 현 시점에서 어느 한 쪽과 손잡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박은희 기자 kugu99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