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는 올해 초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된 한국형중이온가속기 개념설계 보고서를 FLIB과 비교 분석한 결과 KoRIA의 선형가속기에 쓰이는 가속관 4종류 가운데 3종류가 FLIB의 가속관과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KoRIA의 개념설계 보고서에는 수치를 어떤 근거로 얻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 표절과 다름없다는 것이 동아일보의 주장이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교과부는 “세계적으로 기초과학 부문은 정보 공유가 잘 이뤄지는 편이며, FLIB의 설계도도 모두 공개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설계도 등 데이터가 이미 공개된 자료이고, 공동 연구 필요성까지 거론된 만큼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얘기다. KoRIA의 개념설계를 담당한 홍숭우 성균관대 교수도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KoRIA의 개념설계가 FLIB이 공개해 놓은 큰 틀을 참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KoRIA는 독자적으로 개념설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한 중인 김영기 미국 페르미연구소 부소장도 “가속기 개념설계 자체는 표절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견해를 연 합뉴스에 밝혔다. 단순한 개념설계 자체가 과학적 연구 업적이라고 보기 어렵고, 일반적으로 세계 과학계가 가속기 설계를 공유하고 협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가속기 권위자인 그는 “과학벨트에 들어설 중이온가속기가 검출 가능한 동위원소 종류나 양 등의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론이 맞다면 다행스럽다. 자칫 국가적 망신을 초래할 수 있는 사안 아닌가. 보도를 보면 과학계에 KoRIA와 관련해 문제 제기가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교과부는 보고서를 다시 검토하고 과학계의 의견을 수렴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없도록 꼼꼼히 살펴보기 바란다. 이런 일로 과학벨트의 핵심인 중이온가속기 건설이 차질을 빚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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