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은 병원 내에서도 유명하시죠~ 아마 봉사나 이웃돕기에서는 따라갈 사람이 없을 걸요~”
충남대학교병원 내에서 최고의 봉사왕을 물으면 이구동성으로 꼽는 인물이 있다.
바로 한상길 상임감사다.
그는 상임감사라는 직책에 안주하지 않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병원내 불우이웃 돕기, 불우 환우 돕기를 위한 바자회와 각종 행사를 주선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농촌지역 농산물을 가져다 병원에서 판매해 수익금을 전액 환자들을 위해 기부하고, 바자회도 펼쳐 수익금을 고스란히 내놓는다.
한 감사의 사무실 한켠에는 바자회 기부 물품이 산더미 같이 쌓여있다. 캄보디아 의료봉사를 다녀온 후 못입고 못먹는 어린 아이들을 위해 그가 수집한 물품이다.
하지만 그의 이런 봉사는 1~2년 사이 이뤄진 것이 아니라 30여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그에겐 아주 자연스런 일상이 된지 오래다. 20대 초반부터 충북지역 어린이재단에서 봉사를 시작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국제키비탄(장애인 재활단체) 등 각종 단체에서 오랜시간 봉사활동을 해 관록이 쌓일대로 쌓였다.
“'어렸을 때부터 집안의 혈통을 욕되게 해서는 안된다. 올바르고 정직하게 살아라'라는 부모님의 가르침을 받고 자랐어요. 그때는 잔소리로 들렸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덕분에 성실하고 남을 위해 살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한 감사의 친 할아버지는 일제시대 광복결사대를 조직했던 독립투사 한훈 단장이다. 그는 16세에 의병에 가담해 민중식 의병장 밑에서 소모장을 지냈으며 일제시대에는 광복결사대를 조직해 광복단 단장을 지냈다. 만주에서 김좌진 장군이 활동했다면 한 단장은 해외의 무기를 국내에서 받아 직접 육혈포(총기류)를 들고 일제와 전투를 했던 인물이다.
독립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일제 하에서 19년간 감옥에서 복역했으며, 6·25 당시 신도안에서 괴뢰군에게 붙들려가 피살된 것으로만 전해지고 있다. 시체도 찾지 못해 독립투사 였음에도 북한에 생존해 있는 것 아니냐며 국립묘지 안장도 하지 못했었다. 지금은 한훈 단장의 활동이 밝혀지면서 계룡대 무궁화 동산에 그의 공적 비석이 세워져 있다.
나랏일을 하던 집안 내력 때문에 한상길 감사 역시 누구보다 의협심이 강하다. 그는 “어릴적 집안에 걸인이 와도 어머님은 꼭 밥상을 차려 마루에 앉아 먹고 가도록 했다. 어린마음에 내 밥그릇과 수저를 주지 않을까 걱정했었던 기억이 난다”며 “하찮은 걸인도 귀하게 여기는 모습을 보고 자라 남을 돕는 일이 스스럼이 없게됐다”고 말한다.
한 감사는 종교인이 어느날 갑자기 불심이나 신의 존재가 다가오듯이 봉사도 어느날 갑자기 마음에 와 닿는다고 말한다. 자랑할 거리도 아니고 남에게 내세울 필요는 없지만 할때마다 스스로가 흐뭇하고 행복해지는 '자기만족'이라고 표현한다.
한 감사는 “내가 도운 어린이들 중 하나만 빌 게이츠 같은 대단한 인물이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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