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봉포도 전국 최대산지인 천안 포도농민들이 지난겨울 동해로 새순조차 틔우지 못하고 말라죽은 포도나무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
천안시 성거읍에서 2만㎡의 거봉포도를 재배하는 농민 장익순(48)씨는 봄기운 속에 윤기가 흘러야 할 포도나무가 군데군데 갈라지고 벗겨진 모습을 공개하며 망연자실했다.
일명 '왕포도'로 불리는 거봉포도가 이상저온에 따른 동해로 말라 죽어 전국 최대산지인 천안지역 포도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9일 천안시 농업기술센터와 포도농가에 따르면 지난겨울 이상한파로 포도나무 동해를 입은 농가들이 절반을 넘어선 가운데 봄철 냉해까지 겹쳐 새순을 틔우지 못하고 말라죽고 있다.
천안지역은 지난해 성거와 입장 등 1135농가 1056㏊에서 거봉포도 1만5236t을 생산해 전국 생산량의 43%를 차지했다. 해마다 4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포도재배 농가마다 포도순을 고르는 작업에 일손이 모자라 눈코 뜰 새 없는 시기다.
그러나 대다수 포도나무가 지난겨울 한파로 얼어 죽어 푸석한 가지들은 조금만 힘을 줘도 맥없이 부러져 나갔다. 평년 같으면 20㎝ 정도 나와야 할 새순이 나오지 않거나 싹을 틔워도 겨우 고개를 내민 정도다. 얼어 죽어 잘려나간 포도나무로 포도밭이 듬성듬성 비어 있다.
심지어 일부 농가는 포도농사를 포기하고 아예 밭을 갈아엎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포도나무는 새로 심어도 수확이 3년 뒤에나 가능해 포도 농가들은 사실상 존폐위기에 처했다.
농민들은 성거와 입장에서 80%의 포도나무가 동해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501농가가 518㏊에서 4430t의 거봉포도를 생산하는 입장면은 지난 18일까지 절반에 가까운 200농가에서 포도나무 피해가 접수됐다.
천안기상대에 따르면 지난 1월17일 천안의 최저기온이 영하 18.3도로 1월 평년 평균기온 영하 2.9도를 훨씬 넘은 한파가 몰아쳤었다. 시 관계자는 “피해상황이 심각하 것으로 파악돼 25일까지 정확한 피해규모를 조사중”이라며 “상황을 파악 후 대책을 상부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천안=맹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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