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을 포함한 경상도에는 과학벨트 예산에 기존의 가속기 관련 예산까지 더해질 경우 충청권보다 많은 예산을 쏟아붓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경쟁에서 탈락한 대구ㆍ경북과 광주 등에 연합대학이라는 명분을 둬, 사실상 연구단을 배정한 것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다.
정부는 과학벨트 기초과학연구원 3개 캠퍼스 중 카이스트 연합캠퍼스를 제외한 DUP연합캠퍼스에는 1조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앞서 2009년부터 1000억 원을 들여 올해까지 포스텍에 있는 3세대 방사광 가속기(1995년 구축) 성능향상을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4000억원을 들여 오는 2014년까지 4세대 방사광 가속기 설치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4세대 방사광 가속기 설치 사업과 관련해 200억 원이 책정된 상태다. 여기에 지난해 말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국가대형연구시설구축지도'에서 최우선 과제로 밝힌 사업비 5000여억원 규모의 차세대 다목적 3.5 Gev 방사광 가속기를 더하면 포항에 쏟아부을 예산은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과학벨트 거점지구로 결정된 충청권에 배정된 예산(2조3000억원)에 비해 2000억원 더 많은 예산이 포항에 배정되는 것이다.
또 독일 기초과학 연구시설 막스플랑크 연구소 한국 지점 유치에 드는 예산(15억원 이상 추정)까지 더할 경우 포항에 대한 지원액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경주에는 1763억원의 국고가 투입돼 100MeV급 양성자 가속기 건설이 추진 중이고,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이 외에도 7500억원을 들여 제2단계 양성자가속기(펄스형 파쇄중성자원 및 중성자빔 이용시설)를 건설해야 한다는 제안까지 해 놓은 상태여서 경북지역에 쏟아붓는 예산은 충청권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연합캠퍼스가 사실상 과학벨트특별법의 제한규정을 피해 편법으로 기초과학연구원 분원을 두는 것으로, 과학벨트의 취지와 목적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을 한다.
지역의 한 사립대 교수는 “아무리 뛰어난 연구능력을 가진 과학자가 있어도 연구분야가 연합캠퍼스와 겹치면 과학벨트에 참여할 수 없도록 돼 있어 사실상의 분원을 여러 지역에 두다 보면 수준이 높은 연구자들을 묶어 네트워크를 할 수 있을 지 회의스럽다”고 말했다.
과학벨트 범충청권비대위 관계자는 “과학벨트 입지가 충청권으로 결정됐다고는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정치벨트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충청권 3개 시도지사가 이런 여러 문제들을 따져보고 또 보완해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cds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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