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손씨는 남편의 ID를 이용해 “제 남편은 카이스트에서 최우수교수, 올해의 카이스트인으로 뽑힐 만큼 훌륭한 연구성과를 보였던 교수였다”며 “그런 교수를 연구비 유용이라는 문제로 걸어 그것을 교과부와 세상에 알리는 것이 총장님과 카이스트가 도덕적이고 깨끗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방법이라 생각하신 건 아닙니까? 그리고 총장님 개인과 교과부간의 긴장관계가 이 일에 조금의 영향도 없다고 자신하실 수 있습니까”라며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이어 “이 일의 시작은 작년 4월 총학생회의 설문조사에서 비롯됐다고 들었다”며 “관행적으로, 그리고 암묵적으로 교수와 학생들간의 동의하에 시행되어온 랩비 사용문제에 대해 제도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하여 시정시키려는 노력없이 특정교수를 지목하여 문제를 제기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신 것은 아닙니까”라며 관행과 제도 개선없이는 재발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감사를 받는 남편을 지켜봤던 감회를 밝히기도 했다. 손씨는 감사실에 “감사가 인격적인 모독, 자존심을 바닥으로 내팽개치는 것과 동의어일까요”라며 “감사를 받는 몇 달 동안 남편은 참을 수 없는 모욕감에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괴로워했다”라고 주장했다.
또 손씨는 “나는 최소한의 경위설명을 들을 권리는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카이스트로부터 어떠한 설명도 듣지 못했다”며 “여러분들께는 지나가는 여러 사건들중의 하나일 수 있겠지만 나와 아이들은 평생을 안고 갈 상처를 입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손씨는 메일 끝부분에는 원망하는 마음을 삭이고 “남편이 15년의 시간을 열정적으로 보냈던 카이스트를 원망하며 살고 싶지는 않다. 그는 카이스트에서 학생들과 함께 했을 때, 카이스트에서 인정을 받았을 때 가장 빛나고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라고 마무리 지었다.
손씨는 이메일 앞 부분을 통해서는 “모진 시간 가운데 가슴속 저 깊은 곳에서 밀고 올라오는 소리를 외면할 수 없어서 이렇게 남편의 ID를 빌어 글을 쓰게 됐다. 바라건대 머리로만이 아니라 가슴으로도 읽어주시기 부탁드린다”고 메일을 쓰게 된 동기를 밝혔다.
/배문숙 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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