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팬심(心)도 과유불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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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팬심(心)도 과유불급

  • 승인 2011-05-10 16:01
  • 신문게재 2011-05-11 14면
  • 강순욱 기자강순욱 기자
▲  강순욱 체육팀
▲ 강순욱 체육팀
최근 한밭야구장 내야석에서 경기를 관람했던 팬들이라면 1루 관중석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30대 남성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거의 매 경기마다 한화 더그아웃 위에 자리를 잡는 그는 입에는 호루라기를 물고 목이 터져라 응원을 한다. 큰 목소리와 함께 역동적인 동작을 선보이는 그는 이내 땀으로 흠뻑 젖지만 어지간해서는 응원을 멈추지 않을 정도로 열정적이다.

치어리더들이 있는 관람석과 다소 떨어진 곳이어서인지 주변의 관중들은 그의 리드에 호응하며 함께 응원을 펼치기도 하고, 간간이 내뱉는 그의 자극적(?)인 멘트에 폭소를 연발하기도 한다.

실제로 그런 그의 모습은 공중파를 통해 여러 차례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멈추지 않는 그의 그런 응원은 결국 관중과 선수들의 집중력에 방해가 됐던 모양이다.

최근 한화의 한 노장선수는 경기 중 그의 응원이 오히려 방해가 된다며 제지를 요구했고, 두 사람은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펼쳤다. 그런 그들의 모습은 마치 영화 '해운대'에서의 설경구와 이대호를 연상케 했다.

결국 경기 후 두 사람이 직접 만나 오해를 풀었지만, 지나친 팬심(心)이 가뜩이나 신경이 날카로운 선수들의 집중력에 도움을 주지 못했던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주변에 있던 일부 관중들도 그의 응원 때문에 경기를 관람하는데 집중하지 못했다며 푸념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그의 지나친 응원(?)에 마냥 즐거워하는 팬심도 아쉽다. 프로스포츠에 대한 팬들의 응원문화는 지역적 특성과 함께 문화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되기도 하는데 그의 응원과 관중들의 반응을 타 구단 팬들은 어떻게 볼 지도 궁금하다. 군중심리에 편승하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할 목적으로 도드라지는 어긋난 팬심은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한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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