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록]썩은 생선가게와 금감원

[직석곡선]

▲ 이영록 문화교육팀 차장

부산과 대전저축은행 수사를 계기로 금융감독원의 감독 검사 부실과 도덕적 해이가 봇물 터지듯 속속 드러나고 있다.

금융권의 부실과 비리를 철저하게 감시해야 할 감사직을 금융감독원 출신이 싹쓸이하면서 비리의 온상이 됐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온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아니 생선보다는 차라리 생선가게를 통째로 차지했다는 표현이 맞을 듯싶다.

제1금융권보다 조금이라도 높은 혜택을 받기 위해 한푼 두푼 모아 알뜰하게 저축한 서민들의 피 같은 돈은 이들 저축은행 경영진이나 대주주들의 쌈짓돈에 불과했다.

부실한 대출로 경영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됐지만 자신들의 뒷주머니를 챙기기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영업정지가 예상된 저축은행 경영진이나 친인척, 대주주, VIP는 사전에 예금을 인출해 가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퇴직한 직원들은 불법대출 비리를 무기로 수십억원을 뜯어내기도 했다.

피땀 흘려 모은 서민들의 돈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들의 돈만 중요했던 것 같다.

사정이 이쯤 되자 이명박 대통령도 몹시 화가 난 모양이다.

국민의 신뢰는 이미 땅에 떨어진 지 오래고 분노가 치밀어 서둘러 수습을 해야 할 상황이었던 것 같다.

최근 이 대통령은 예고도 없이 금융감독원을 방문해 강한 질책을 했다. 저축은행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 금융당국의 부실 감독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대책은 아마추어 수준에 불과한 것 같다.

금융감독원은 전 직원에 대한 청렴도 평가, 퇴직 직원의 금융회사 감사 추천제 폐지, 공직자 재산등록 대상 4급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쇄신안을 발표하려다가 돌연 미뤘다.

지금 쇄신안을 내놓더라도 돌아선 민심을 추스르기에는 역부족이고 오히려 국민불신 등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최근 불거진 일련의 사건은 차치하고 금융감독원의 대다수 직원은 본분에 충실하고 청렴하게 일해 온 것으로 믿고 싶다.

일부 미꾸라지들이 온통 흙탕물로 들쑤셔 대다수 전·현직 금융감독원 관계자들은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고개를 들지 못하는 것은 물론 국민에게 싸잡아 비난을 받는 것은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형편이다.

곧 발표 예정인 쇄신안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금융권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온 금융감독원의 뼈를 깎는 자성이 선행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영록·문화교육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