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배기 아들이 둔 유모(38)씨는 퇴근 후 스마트폰을 숨기기에 바쁘다. 아들이 스마트폰을 손에 넣으면 몇 시간씩 놓으려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유씨는 “집에 오면 아들이 인사도 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내놓으라고 아우성이다”라며 “성화에 못 이겨 주기는 하지만 자칫 좋지 않은 내용의 앱이나 게임에 노출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네 살 난 딸을 둔 이모(34)씨 역시 비슷한 걱정거리가 있다.
이씨는 “내 스마트폰 어플 가운데 절반은 딸이 내려받은 것일 정도로 딸이 (스마트폰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며 “얼마 전에는 딸이 머리가 아프고 손목이 저리다고 했는데 스마트폰 중독 현상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어린 자녀의 스마트폰 장시간 사용에 따라 노심초사하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서적인 악영향은 물론 같은 자세로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서 신체적 발달, 사회적인 관계 형성 등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것.
하지만, 아직까지 스마트폰 중독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정확한 척도는 없다. 다만 행정안전부는 지난 3월 만 9~39세 76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1% 가량이 스마트폰 잠재적 중독자로 조사된 것으로 파악했다. 행안부는 향후 객관적인 스마트폰 중독 진단지수를 개발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유아의 지나친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할 수 있도록 부모의 각별한 관심을 주문하고 있다.
배재대 유아교육과 이성희 교수는 “가치관 형성이 안됐고 아무런 판단력이 없는 상황에서 (스마트폰 콘텐츠에) 유아들이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이 큰 문제”라며 “이런 부분을 방치할 경우 향후 성장 뒤 가치판단에 대한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부모들이 무턱대고 하지 말라고 하는 것보다는 스마트폰의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해 아이들의 가시거리에 놓지 않거나 불가피할 경우 시간을 정해놓고 같이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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