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농 충남도연맹 정책실장 |
이런 와중에 계속되는 정부 당국 책임자들의 자세는 귀를 열어두고도 들을 수 없는 수준이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해 12월 13일 한미FTA설명회에서 농민들을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다방농민'이라는 발언을 했다. 유정복 농식품부 장관은 장관직을 사퇴하겠다는 발언으로 농민들을 불안하게 했으며, 이후 '개념 없는 축산농가와 지자체의 초기대응 미흡'으로 구제역이 확산되었다는 고위당국자의 발언은 축산농가의 분노를 일으키게 했다.
이후 대책으로 나온 정책들은 축산농가 개인에게 무게를 두게 하여 책임을 회피하려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서 지난해 12월 27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농민들이 보상금 타서 골프여행 간다'는 등 농민들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는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또한 기획재정부내에서는 추경 없이 2조7000억원의 예비비 내에서 방역비와 보상비를 맞추어 보겠다는 막말도 나왔다. 결국 이런 막말과 망언들은 농민들은 무시해도 된다는 사회저변의 인식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급기야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인 정운천 한나라당 구제역 대책위원장의 망언으로 이어진다. 정 대책위원장은 매몰지에서 흘러나오는 핏물로 유기농사를 짓자고 기염을 토했다.
비단 농업농민을 천대하는 인식은 정부당국자만의 것은 아니다. 안희정 지사는 생산비 보장을 요구하며 지자체 차원의 최소한의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쌀 농가에 '혁신하라'며 돈되는 농업으로 전환하지 않는 상황에서의 직불금은 농민들의 혁신을 가로막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더불어 그는 “이미 여러 가지의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다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글도 남기면서 농민을 보조금이나 타먹는 집단으로 매도했다.
과연 농민들이 도덕적으로 타락 하였는가? 농민들은 보조금에만 혈안되어 농사일을 허투루 하는 집단인가? 농업의 일방적 희생을 담보로 추진되어온 수입개방정책의 산물이 보조금임에도 마치 농민을 비윤리적 집단으로 만들고 있다.
최근 정부가 농업용 면세유의 선진화를 꾀한다며 지금까지의 방식을 뒤로하고 농어업경영체에 등록한 농가에 한해 면세유를 지급하고 있다. 결국 남의 땅에서 농사짓는 농민들의 상당수가 실제 경작여부와 상관없이 면세유를 포기하게 되었다. 농민들은 이번 면세유 정책을 바라보면서 “나도 면세유 없이 농사짓는 것이 꿈이다”라고 말한다. 농산물 값이 생산비를 보장하고 제값받으면 치사하게 면세유 달라고 하지 않고 당당하게 농사짓고 싶다는 것이다.
우리사회의 가장 타락한 집단은 정치인이고 그다음이 관료라고 하는 조사결과도 있었다. 농민들은 정부가 하자고 하는 대로 묵묵히 일해 왔다. 하지만 작년 한 해만해도 농민의 의지와는 별개로 이상기후와 태풍피해 그리고 구제역 등의 천재지변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농업이며, 30년만의 대흉작을 겪고도 전체 농가의 60%에 달하는 쌀농가들은 생산비조차 보장받지 못하면서 어마어마한 적자 농사에 시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저 놀 수 없어서 농사짓는 것이지 큰 돈을 바라며 농사 지으면 결코 농민으로 살 수 없다는 말이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농정의 핵심은 안전한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얄팍한 장삿속으로 수입으로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농정 철학의 빈곤함은 진정 우리 농업 농촌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고 있다. 노동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이 그 회사의 생산성을 좌우하듯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들에 대한 적절한 소득 보장과 대사회적 관심은 생명산업으로서의 농업의 위상을 반영하는 척도다. 결코 농업을 축소하고, 농산물을 수입에 의존해서는 충분하고 안전한 국민의 먹을거리를 담보할 수 없음을 지금이라도 정부당국은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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