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준 교수ㆍ 건양대병원 내분비내과 |
씨름을 하다가 이종격투기로 유명해진 최홍만 선수도 키가 커지고 얼굴이 변하는 이러한 질병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 되기도 했고, 장신의 농구 선수로 이름을 날렸던 김영희 선수가 방송에서 말단비대증 혹은 거인증이 있다고 하였다.
겉 보기에는 키가 커지고 기골이 장대해지는 병이지만, 이의 내면에는 뇌하수체라고 하는 뇌의 기저부에 있는 내분비 기관에 혹이 생겨 너무 많은 성장호르몬을 분비해 생기는 질환으로 말단비대증이라고 한다.
생소한 이 질병에 대해 건양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김병준 교수의 도움말로 자세히 알아보자.
또는 가족 중에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없는데 혼자만 그러한 경우, 예전에 잘 맞던 반지나 신발이 작아진 경우 이를 의심해 볼 수 있다. 대한 내분비 학회에서는 환자들이 쉽게 스스로를 진단 해 보게 하기 위하여 말단비대증의 자가 진단 항목을 만들었으며, 12개의 질문 중에 7개 이상이 해당 된다면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다.
▲말단비대증의 증상=말단비대증 환자는 성장호르몬의 과잉분비로 인해 피부가 두꺼워지고 지루성 피부로 변한다. 특히 안면 변화가 뚜렷하여 입술이 두꺼워지고, 코입술 주름이 명확해진다. 손과 손가락이 굵어져서 섬세한 일을 하기 어려우며 반지가 맞지 않게 되고, 발이 커지고 발뒤꿈치가 두꺼워져 신발이 맞지 않게 된다.
말단비대증이 오래되면 생기는 여러 합병증으로는 당뇨병이나 고혈압, 심근병증, 동맥경화증이 생기기도 하며, 기도가 좁아지고 기도내의 조직이 두터워져 코를 많이 골게 돼 호흡곤란이 생기기도 한다. 말단비대증 환자에서 대장에 용종이 많이 생기면 대장암의 위험도 3배 정도 증가한다고 한다.
뇌하수체의 혹이 많이 커지게 되며 뇌하수체의 기능이 감소되고, 혹에 의해 시야가 좁아지고 시력이 떨어지며, 한 쪽 눈의 눈꺼풀이 처지거나 사시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 증상과 합병증으로 말단비대증 환자는 내분비 내과에 방문하기 보다는 정형외과, 피부과, 안과, 비뇨기과 등 여러과를 전전하다가 마지막에 진단에 이르는 경우가 많아진다. 또한 병이 워낙 드물고, 서서히 진행되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진단이 늦어져 진단이 되더라도 뇌하수체의 혹이 아주 커져서 수술이 어려운 경우도 종종 있다. 젊어서와 비교하여 얼굴 모양이 변하거나 손발이 커지는 증상을 보이면 자가진단을 통하여 검사를 받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말단비대증의 진단= 말단비대증의 진단은 성장호르몬이 많이 나온다는 것을 피검사를 통하여 알아보면 된다. 병원에 말단비대증으로 방문하면 우선 환자의 증세가 말단비대증과 연관이 있는지 전문의가 확인하고, 혈액 속에서 성장인자와 성장호르몬을 검사 한 후 의심이 가는 경우에 경구당부하 검사를 통해 성장호르몬의 분비 과다를 확진하게 된다.
이 후 뇌하수체의 자기공명 검사(MRI 검사)를 통하여 뇌하수체 혹의 크기나 침범정도를 확인하고 치료의 방향을 결정한다. 말단비대증의 진단은 혹과 성장호르몬의 과다로 확진하지만. 성장호르몬에 의해 다른 이상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 대장암의 조기 발견, 심장이상 여부의 확인, 당뇨병의 조기 진단, 골다공증 혹은 골 관절염의 치료, 치과적인 치료, 시야 장애의 확인 등이 필요하다.
▲말단비대증의 치료= 말단비대증 진단 후 최선의 치료는 역시 종양의 수술적 제거다. 수술은 대부분이 코를 통하여 혹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최근 내시경을 사용하여 최소한의 절개를 통해 치료하는 방법도 있으나 혹의 크기나 위치를 고려하여 수술의 방법을 정하게 된다. 수술 후 종양이 완전 제거가 되지 않고 남아있는 경우 약물치료를 하게 된다.
최근에는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고, 혹을 줄일 수 있는 서방형 소마토스타틴 주사약제가 개발돼 2주나 1개월마다 주사로 수술 후 완치가 되지 않았거나 재발한 경우는 약물치료를 하게 된다. 드물게는 방사선 치료법인 감마나이프 치료법도 시도할 수 있다.
크지 않은 작은 종양에서는 대부분이 제거돼 재발되는 경우가 적으나, 종양이 크고, 주위 조직을 침범한 경우에는 완치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수술 후 성장호르몬이 정상화 된다면 변화한 뼈의 모양외에 근육이나 피부는 예전으로 돌아가며, 당뇨병이나 고혈압도 조절이 잘되거나 없어지는 경우도 있어, 적절한 치료와 추적검사가 필요하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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