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화장실에선 볼일 안 봐요”

  • 사회/교육
  • 교육/시험

“학교 화장실에선 볼일 안 봐요”

지역 초등학교 청소용역업체 위탁불구 상당수 위생 불량 학생 건강위협 대책시급

  • 승인 2010-09-27 18:13
  • 신문게재 2010-09-28 6면
  • 이영록 기자이영록 기자
경찰공무원인 A(42)씨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인 두 딸의 아버지다.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하면 딸 아이들의 애교에 눈 녹듯 피로가 사라지지만 최근에는 딸 아이들의 고민에 마음이 아프다.

학교의 화장실 위생상태가 불결해 소변조차 집에 와서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습능력은 물론 아이들의 건강까지 문제가 될 것 같아 노심초사하고 있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B(40)씨 역시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이 학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청소용역업체에서 매주 월, 수, 금 3회 청소를 했지만 올해부터는 1명이 상근하면서 화장실 등의 청소를 도맡아 하고 있다. 하지만 세제 등을 이용한 물청소는 고사하고 화장실의 쓰레기나 휴지통 비우기에 그치고 있다.

학생들은 화장실 사용을 꺼리기 일쑤고 이는 여학생들의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일부 학생들은 화장실 위생상태가 불결하다 보니 양변기 위에 올라서서 볼일을 해결하는 경우도 빚어지고 있다. 위생상태가 더욱 불결해지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전과 충남지역 대부분 초등학교는 화장실 청소 등을 용역업체에 위탁하고 있다. 어린 학생들이 화장실 청소를 하기가 어려워서 청소 위탁계약을 맺어 관리하거나 근로자를 고용해 청소를 대신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깨끗한 학교 만들기' 목적으로 사립을 제외한 모든 초등학교에 각 1000만원씩 지원, 학교별로 자율적으로 용역계약을 체결하거나 근로자를 고용해 청소하고 있다.

도교육청 역시 초등학교 43억원, 중학교 14억원 등 67억원의 예산을 도내 모든 초·중학교에 지원, 용역업체를 선정해 화장실 청소를 위탁하고 있다. 중학교의 화장실 청소 용역비 지원은 전국에서 유일하다.

하지만, 상당수 학교는 화장실 위생상태가 불결해 학생들의 원성이 빗발치고 있는 실정이다.

초등학생 B(여·5학년)양은 “양변기가 너무 더러워 소변조차 보기 힘들다”라며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여서 힘들어 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처럼 어린 학생들이 대·소변을 참는 것은 건강에 위협을 주는 것은 물론 학습 능력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의료계에서는 지적하고 있다.

신진대사 기능이 왕성하고 신체 기능이 발달하는 과정의 어린 학생들로서는 변비 증세뿐 아니라 갖가지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들도 학교에서 현대식 시설 설치에만 치중하는 것보다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양변기 등을 새로 설치하더라도 관리가 부실하면 학생들이 사용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학부모 정 모(여·43)씨는 “어린 학생들이 위생상태가 불결한 화장실을 사용하기 어려울뿐더러 자칫 다른 질병의 감염 우려까지 있는 것 아니냐”라며 “교직원 화장실만 깨끗하게 유지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건강을 생각해 보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영록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5 자전거 타고 '행복도시 명소' 투어....4월 26일 열린다
  2. 박수현 "세종 행정수도 서울 경제수도…李 의지확고"
  3. K리그1 1·2위 맞대결…19일 대전하나시티즌vs김천 상무
  4. 세종 아파트값 1년 5개월만에 상승 전환… '대통령실 이전' 기대감 향후 상승 관측
  5. [박현경골프아카데미]백스윙 어깨 골반 회전! 당기서, 누르고, 돌려주세요
  1. 충남산림자원연구소 매각부지 활용안 찾는다
  2. 천안검찰, 2만5000원에 롤 계정판매 사기 혐의 '벌금 50만원' 구형
  3. 대전교통공사, 장애인의날 교통약자이동지원차량 무료운행
  4. 책 읽기 좋은 날
  5. 세종충남대병원 서정호 교수, 학대예방경찰관 대상 교육 실시

헤드라인 뉴스


이재명 "일단 용산 다음은 靑…" 발언에 충청반응 싸늘

이재명 "일단 용산 다음은 靑…" 발언에 충청반응 싸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집권 시 일단 용산 대통령실을 집무실로 쓸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 단계로는 청와대를 신속히 보수해 들어가고 최종적으로는 개헌을 전제로 세종시로 이전하겠다는 뜻을 덧붙였다. 6·3 조기대선 정국에서 차기 대통령 집무실 위치가 뜨거운 화두로 오른 가운데 그가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으로 주목된다. 이 후보는 18일 오후 MBC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나와 '만일 당선되면 대선 직후 대통령 집무를 어디로 시작할 것이냐'는 김경수 경선 후..

문턱 더 낮아진 재개발·재건축…대전 노후아파트 재건축 활로 기대
문턱 더 낮아진 재개발·재건축…대전 노후아파트 재건축 활로 기대

국토교통부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기존보다 쉽게 추진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정을 조정한다.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요건에 무허가 건축물을 포함하고, 재건축진단(옛 안전진단)은 세부평가 항목을 늘려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 문턱을 낮추는 게 골자다. 대전에서도 노후아파트 재건축 추진 움직임이 최근 활발해지고 있는 만큼, 관련 절차 진행에도 활로가 뚫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토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시행령' 하위법령 개정안을 18일부터 다음 달 28일까지 40일간 입법 예고한다고 발표했다. '주택 재건축 판정을 위한 재건축진단 기준' 하..

대전시 "전국유일 결혼·출산 지표반등…청년이 살고싶은 도시"
대전시 "전국유일 결혼·출산 지표반등…청년이 살고싶은 도시"

대전시가 저출산과 지방소멸 등 국가적 위기 속 전국에서 유일하게 결혼과 출산 지표가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시의 기업유치 및 다양한 청년 우선 정책이 빛을 발한 것으로풀이된다. 대전시에 따르면 과거의 대전은 교통과 주거 등 인프라 측면에서 살기 좋은 도시라는 이미지가 짙었다. 그러나 지금 대전은 행정당국의 '기업 유치-대전 정착-결혼-육아-노인 복지'로 선순환 정책이 자리를 잡으면서 청년 세대에게 '살고 싶은 도시'라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도시로 성장했다. 대전 청년 정책의 효과는 통계 지표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통계청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과학을 즐기자’…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 ‘인산인해’ ‘과학을 즐기자’…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 ‘인산인해’

  • 책 읽기 좋은 날 책 읽기 좋은 날

  • ‘가방은 내가 지켜줄께’ ‘가방은 내가 지켜줄께’

  • ‘느려도 괜찮아’, 어린이 거북이 마라톤대회 ‘느려도 괜찮아’, 어린이 거북이 마라톤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