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길 산림청 차장 |
숲속에서 나는 나무 특유의 향기와 신선한 공기는 바로 이 방어물질인 피톤치드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숲 속에서 심호흡을 하면 피톤치드가 몸 속으로 들어와 해로운 균을 죽이고 나쁜 찌꺼기를 몸 밖으로 내보냄으로서 사람의 건강을 보호하게 되는 것이다.
피톤치드의 살균 효과는 식중독과 수막염을 일으키는 리스테리아균, 화농과 중이염 등의 원인인 황색포도상구균, 항생제 내성 포도상구균, 폐렴 등을 일으키는 레지오넬라균, 그리고 가려움증이나 여성질염의 원인인 캔디다균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균에 대한 피톤치드의 살균력과 시중의 약국에서 파는 항생제, 항진균제의 살균력을 비교했더니 피톤치드가 그 약품에 버금가는 살균력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레지오넬라균 살균에 있어서는 그 효과가 탁월했다. 일반항생제가 고질적인 내성이나 부작용이 있는 반면 천연의 물질인 피톤치드는 이런 부작용을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기왕 산림욕에 나선다면, 맑고 바람이 적은 날 하루 중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 사이, 피톤치드 방출량이 많은 때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활엽수보다는 편백나무, 소나무, 잣나무 같은 침엽수가 많은 숲이 더 좋다. 특히 나무가 왕성하게 자라는 여름철에 피톤치드 방출량이 가장 많다고 하니 여름 휴가철에 산림욕을 하는 것이 여러모로 효과적이다.
얼마 전 알게된 사실이지만 8월 14일은 '그린데이(Green Day)'라 하여 산림욕을 하는 날이라고 한다. 반가운 마음에 그 의미를 찾아보니 무더운 여름에 시원한 산을 찾아 연인과 손잡고 걸어 오르면서 산림욕을 해보는 날이라고 한다.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처럼 그 유래도 알 수 없고 국적도 불분명한 '데이'지만 산림 공무원의 한사람으로서 많은 사람이 그린데이를 알고 산림욕을 즐기며, 숲의 소중함을 고마워할 줄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산림욕을 하는 데 특별히 준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공기가 잘 통하고 땀 흡수가 잘되는 간편한 옷차림과 편안한 마음이면 족하다. 숲에 들어가 편안한 마음으로 휴식을 취하거나 숲 속을 산책하면 된다.
산림욕의 효능은 피톤치드 효과만이 전부는 아니다. 숲에서 만나는 풍경은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주며 숲 속에서의 산책은 신체 리듬을 회복시키고 운동신경을 단련해 준다. 인체의 심폐기능도 강화할 수 있다. 또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아성찰과 사색의 시간을 가지는 기회를 덤으로 받는다.
올 여름 숲으로 함께 떠나는 산림욕 휴가를 떠나보자. 건강도 찾고, 휴식도 누리는 일석이조의 색다른 휴가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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